빅사이즈 전문 여성의류 쇼핑몰 공구우먼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의류쇼핑몰이 우회 상장 대신 정식 상장 절차를 밟아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구우먼은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올 연말 심사 승인을 받고 내년 초 상장한다는 목표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이 회사는 패션디자인 관련 경험이 전무했던 김주영 대표(44)가 스물여섯이던 2002년 자본금 300만원으로 창업했다. 그는 2030세대를 위한 대형 사이즈의 여성의류 쇼핑몰을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중장년층 여성의류는 여성복 기준으로 77사이즈 이상으로 제작됐지만 20~30대 여성의류는 66사이즈 이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명은0부터 9까지 모든 사이즈의 옷이 있다는 의미로 '공구우먼(09women)'으로 지었다.
시장은 존재했지만 수요가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을 찾아다니며 빅사이즈 의류 제작을 의뢰했다가 수차례 퇴짜를 맞았다. 제조원가가 많이 드는데다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공구우먼은 2006년 11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했으나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 악화로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승부한 덕분에 매출이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체형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사이즈의 옷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7년 매출 2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에는 TS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해 '운동뚱'으로 유명해진 개그우먼 김민경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타격을 입었지만 공구우먼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출 빈도가 줄면서 집에서 입을 수 있는 편안한 대형 사이즈 의류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자기 몸 긍정주의)'와 '탈코르셋' 운동 확산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현재 회원수 40만명을 확보했으며 쇼핑몰 앱 다운로드 건수는 10만건을 넘어섰다.지난해 매출은 327억원으로 전년(246억원)보다 33% 늘었다. 영업익도 같은 기간 54억원으로 전년(23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매출은 4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직원수는 118명이다.
증권가는 공구우먼이 '한국판 토리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토리드는 플러스 사이즈 의류와 속옷을 제조하는 빅사이즈 전문 패션의류회사다. 자신감과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만 9억7350만달러(약 1조1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공모가는 21달러로 3조6000억원 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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