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고베물산 '日 마트업계 유니클로' 교무슈퍼 운영

입력 2021-09-03 17:03   수정 2021-11-03 10:18



유통왕국 일본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슈퍼마켓이다. 작년말 기준 987개 슈퍼마켓 브랜드가 2만2434개의 점포를 열어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요즘 가장 뜨는 슈퍼가 우리말로 '업무'를 뜻하는 교무(業務)슈퍼다.

2000년 설립 때만해도 전문 도매업자들이 주고객이어서 교무슈퍼라는 이름을 붙였다. 최근 수년새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개인고객이 전체의 90%가 됐다. 업자만 출입이 가능한 도매시장에 특별히 입장을 허락받은 것 같은 이득감과 실제로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싼 가격이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맥도날드·무지도 넘었다
브라질산 닭가슴살 2㎏이 699엔(약 7367원), 비엔나 소세지 1㎏ 496엔 등 대부분의 상품이 경쟁 슈퍼보다 20~30% 싸다. 너무 싸서 오히려 선뜻 집기가 주저해지는 상품도 많다. 쌀은 일반 슈퍼 중상품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교무슈퍼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도 많다. 홍합을 거의 먹지 않는 일본에서 교무슈퍼의 칠레산 홍합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올해 매출은 3408억엔, 영업이익은 238억엔으로 예상된다. 회사 예상대로라면 8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익을 올리게 된다. 영업이익률은 7%로 일반 슈퍼마켓의 2배다. 덕분에 지난 7월 교무슈퍼의 운영사인 고베물산의 시가총액은 1조엔을 돌파했다. 2006년 6월 도쿄증시 1부시장에 상장한 이래 처음이다. '무지'로 유명한 무지루시료힌과 일본맥도날드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지역마다 대표 슈퍼마켓이 군웅할거하고 있는 일본에서 교무슈퍼가 전국구로 부상한 비결은 업계의 상식을 뒤엎은데 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일본의 슈퍼마켓들은 1개라도 더 많은 상품을 진열대에 올리는 '만물상'화 되어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에 대응한 소포장·소용량화도 트랜드다.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는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중간 유통회사들에 의존하는 것이 필수로 여겨졌다.

교무슈퍼는 전부 반대로 갔다. 상품 수를 줄이고 대용량으로만 팔았다. 중간 유통업자를 끼지 않고 생산에서 판매까지 모두 자체 공급망을 구축해 비용을 줄이고 또 줄였다. 사훈이 '손실과 낭비는 신에 대한 배신'이다.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SPA) 유니클로로 성공한 패스트리테일과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의 유니클로'를 실현시킨 셈이다.
계란말이값 경쟁사 반값인 비결
교무슈퍼의 상품 종류는 편의점과 비슷한 수준인 2500여점이다. 식품은 유통기간을 넘겨 폐기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냉동식품 위주다. 매장의 진열대는 직원들이 창고에서 제품을 나르는 빈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했다. 매출의 30% 이상이 자체제작 상품에서 나온다. 자체 제조상품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식품공장을 인수·합병(M&A)한다.

2009년 인수한 육류가공회사는 100개 이상이었던 제품을 비엔나소세지 등 한자리수로 줄였다. 2013년 인수한 우유 공장에서는 수요가 줄어든 우유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의 1리터 우유팩에 양갱과 살구씨 두부를 넣어 판다. 계란말이는 제조원가를 줄이면서 식감을 높일 수 있도록 두유를 섞는다. 교무슈퍼의 300g짜리 계란말이가 경쟁사의 반값인 147엔에 팔리는 이유다.

세계 40여개국에 350개 이상의 협력공장을 갖고 자체 상품을 생산한다. 칠레산 홍합과 같이 교무슈퍼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많은 이유다. 해외 협력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을 배로 들여올 때는 컨테이너 1대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선적 계획을 짠다.

타사 상품을 들여올 때도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가격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1등 브랜드가 적은 이유다. 일본 마요네즈 시장 1위 '큐피' 브랜드를 교무슈퍼에서는 살 수 없다.

대용량으로 판매해 소분하고 포장하는 비용과 수고도 없앴다. 창고형 박리다매라면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가 있다. 코스트코가 대도시 교외 지역에 회원제로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반면 교무슈퍼는 대부분 주택가에 비회원제로 출점해 있다.

누마다 히로카즈 고베물산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해외 투자자들도 '이런 사업모델을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다'며 놀라곤 한다"라고 말했다.
가맹점 로열티보다 제조·도매판매서 이익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면서도 본사와 가맹점이 이익을 공유하는 보기드문 프랜차이즈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6월말 현재 928개 점포 가운데 직영점은 2개 뿐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로열티는 본사로부터 상품을 매입하는 금액의 1%에 불과하다. 아이바다이스케 이와이코스모증권 선임 애널리스트는 "로열티 수입에 의존하는 편의점과 달리 교무슈퍼는 제조와 도매판매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81년 설립했을 때만해도 고베물산은 일반적인 중소형 슈퍼마켓이었다. 2000년 지금과 같은 자체 제조·판매형 사업구조로 전환했다. 유통업자와 협상력이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중소형 슈퍼마켓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개인고객이 크게 늘면서 계산대 줄이 길어지고, 인건비는 오르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하락 추세인 경영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지적된다.

2일 기준 주가는 4365엔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주가(3853엔)보다 11.72% 고평가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 8명 가운데 5명이 '적극매수'를 추천했다. '중립'은 3명, '매도'가 1명이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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