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
1970년 중반에서 1980년 초반에 태어난 ‘X세대’가 대학 시절 즐겨 입던 브랜드가 다시 돌아왔다. 영화배우 소지섭과 송승헌이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스톰부터 리바이스와 함께 3대 청바지 브랜드로 불리던 ‘Lee’까지. 모두 1990~2000년대를 주름잡던 의류 브랜드다. 최근 1020세대가 20년 전 유행한 브랜드를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받아들이자, 업체들도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청바지 브랜드들은 1990년대 유행한 제품을 유행처럼 새롭게 내놓고 있다. Lee가 대표적이다. 재출시된 뒤 입소문을 타고 있다. Lee는 1986년 쌍방울을 통해 국내에 소개돼 리바이스, 랭글러와 함께 3대 청바지 브랜드로 한동안 인기를 끈 뒤 2004년 돌연 사라졌다. 최근 ‘커버낫’을 전개하는 배럴즈가 지난해 미국 VF코퍼레이션과 Lee의 판권을 사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30~40대가 입던 브랜드를 최근 10~20대가 다시 입는 셈”이라며 “지금 10대는 이런 브랜드가 옛날에 유행한 걸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태지와아이들이 데뷔했을 때 많이 입던 브랜드 스톰도 재출시됐다. 라이선스를 맺은 회사가 1997년 IMF 부도로 없어지고 최근 에스제이트렌드가 20년 만에 재론칭했다. 소지섭, 송승헌 등이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브랜드인 만큼 모델 아이린, 이현신 등을 기용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 브랜드는 통 큰 청바지와 헐렁한 스노보드룩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레트로 돌풍은 의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여름에는 1990년대 크롭톱(crop top: 배꼽티)이 유행하고 펑퍼짐한 와이드 팬츠가 길거리를 물들이더니 촌스러워 보이던 ‘곱창 머리끈’까지 다시 길거리에서 유행하고 있다. 당시 배우 김희선이 착용했던 시기에는 커다랗고 단색의 머리끈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체크, 물방울 등 다양한 패턴이 들어간 작은 사이즈가 유행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2000년대 브리트니 스피어스부터 제니퍼 로페즈, 패리스 힐튼 등 당대 유명인들이 입어 유명해진 트레이닝복 패션을 다시 내놨다. 배꼽이 드러난 크롭티와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청바지를 입고 검은색 볼캡을 착용해 시크한 느낌을 준다. 이런 패션 브랜드를 Z세대의 아이콘인 가수 리한나, 두아리파 등이 즐겨 입으면서 레트로 스타일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당시 유행한 브랜드 로고를 이용한 패션 브랜드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코닥 어패럴을 들 수 있다. 코닥 어패럴은 국내 패션업체인 하이라이트브랜즈가 국내 판권을 확보하면서 론칭한 브랜드다. 1년 사이 전국 매장이 62개로 급증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연내 매장 80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2월에 전개해 1년 만에 매출 100억원 목표를 달성했다.
X세대에게는 한물 간 것처럼 보이는 브랜드가 10~20대 Z세대에겐 신선하고 힙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전주언 안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닥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세대별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X세대에게 코닥은 파산위기에 몰린 필름 브랜드지만, Z세대에게는 배우 정해인이 모델로 활약하는 힙한 브랜드”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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