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러 국제대회에서 거둔 좋은 성적으로 인해 품었던 기대만큼 국민의 실망도 컸다. 실망의 감정을 벗어나 냉정하게 들여다봤을 때, 이번 우리 야구대표팀이 결정적으로 부족했던 점은 ‘데이터 활용’이었다. 우리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이 한 두 번의 경기를 돌아보자. 대한민국 대표팀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팀에 두 번 모두 패했다.
실력 차가 문제였을까? 미국 팀은 우리 팀 강타자들이 나오면 수비 시프트, 즉 특정 선수의 타구 방향 데이터에 기반한 위치로 내야수들이 수비 자리를 잡았고, 우리 타자들은 이에 번번이 걸려들었다. 투수 운영도 마찬가지다. ‘한국팀 정도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 없다’는 자세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된 과거 미국 대표팀이 우리 팀에 여러 번 혼쭐난 경험이 이제 뒤바뀐 것이다.
40년의 프로야구 역사를 보유한 대한민국 팀인데 쌓아 놓은 데이터가 없고 전력분석관이나 데이터 담당자가 없었을까. 상대 팀에 대해 수집한 많은 양의 원천 데이터를 선수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가공해주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스포츠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접근은 수십 년 전 시작됐다. 현대 스포츠에는 일반인이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에까지 데이터가 파고들었다. 필자의 회사가 지원하는, 관객 세계 최다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 포뮬러원(F1)의 우승팀 레드불 레이싱은 경주용 차에 200개 이상의 센서를, 국제 고속요트 경주대회인 세일그랑프리(SailGP)의 경주용 요트엔 평균 1500개 이상의 센서를 부착한다. 여기서 나온 방대한 데이터의 활용이 경기 성적을 좌우한다. 최근 영국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축구는 클라우드 분석 기술을 통해 경기 내내 실시간으로 승부 예측 가능성을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올 시즌부터 시작했다.
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하고, 효율적으로 적시적소에 활용해야 하는가가 경기 실력에 못지않게 중요해진 시대다. 전략적인 데이터 활용을 통해 때로는 실력이 열세인 언더독이 게으른 강자를 잡기도 한다. 이를 사람들은 이변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과학과 확률이 통찰을 만나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에도 데이터의 중요함은 고스란히 전해지는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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