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가 2006년 작성한 역사상 첫 트윗이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경매에 부쳐져 약 290만달러(약 33억원)에 낙찰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간송미술관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100개 제작해 개당 1억원에 팔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NFT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NFT가 뭔지 알기란 쉽지 않다. 특히 NFT를 사더라도 잭 도시의 첫 트윗이나 훈민정음해례본을 혼자만 간직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나면 혼란이 가중된다. 《NFT 레볼루션》은 NFT를 제대로 알려주는 국내 첫 책이다. 10여 년 전 일반고 출신 첫 하버드생으로 이름을 알렸던 성소라 씨가 미국 워싱턴대 경영대학 교수가 돼 공동저자로 책을 썼다. 책은 NFT가 무엇인지 기초부터 시작해 활용 분야, NFT 제작 방법과 플랫폼, NFT 작가 및 수집가 인터뷰, NFT 시장 현황과 전망 등 NFT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다.
NFT가 뭘까. 책은 이런 비유를 든다. 당신이 나이키 티셔츠를 입고 BTS 공연에 갔는데, 운 좋게 공연장 복도에서 BTS 멤버와 마주쳐서 입고 있던 티셔츠에 사인을 받았다. 그러면 그 티셔츠는 나이키에서 생산한 같은 모양의 어떤 상품과도 바꿀 수 없는 대체불가한 티셔츠가 된다. 잭 도시의 첫 트윗은 누구나 캡처할 수 있고, 복사할 수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나이키 티셔츠와 같다. 하지만 NFT로 만들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된다. 똑같은 이미지 파일이라도 NFT로 만들면 누구 소유라는 도장을 찍은 것과 같다. 저자들은 “NFT는 특정 자산에 대해 암호화된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기록한 토큰”이라며 “해당 자산에 대한 ‘원본 인증서’이자 ‘소유권 증명서’가 된다”고 설명한다.
NFT의 가치는 ‘원본’과 ‘사본’을 구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데서 온다. 빈센트 반 고흐의 ‘들판의 농부’는 2017년 8130만달러(약 943억원)에 팔렸다. 하지만 복사본은 몇만원이면 구입해 집에 액자로 걸 수 있다. 원본이라는 ‘희소성’은 사람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NFT로 된 미술품, 음악, 게임 아이템, 문서 등이 고가에 팔리는 이유다. 간송미술관은 2016년 훈민정음해례본 영인본(복사본)을 3000부 제작해 개당 25만원에 팔았다. 하지만 훈민정음해례본을 디지털화한 NFT는 개당 1억원에 팔린다. 흔한 복제품이 아니라 나름의 원본성과 소유권을 갖췄기 때문이다.
NFT는 그 자체로 계약서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오늘날 NFT는 대부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행된다”며 “블록체인은 공개적으로, 또 시간순으로 거래 기록을 공유하는 분산 디지털 장부이기 때문에 NFT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시간 표기가 된 해당 이벤트에 대한 기록이 블록체인에 저장돼 누구나 손쉽게 그 출처와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한다.
즉, NFT는 ‘스마트 계약서’다. NFT를 사고팔 때마다 자동으로 기록이 남는다. 이를 누구든 볼 수 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동안 어떤 거래를 거쳤는지 투명하게 드러난다. 위조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거래할 때마다 중개인이나 변호사를 대동할 필요가 없어진다. 저자들은 스마트 계약으로 창작자의 권한도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미술품은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아무리 뛰어도 창작자들은 그 과실을 누리지 못한다. NFT를 이용하면 2차 시장에서 재판매될 때마다 원작자가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을 수 있다. 로열티 수취도 자동이다.
NFT로 작품을 사더라도 저작권까지 딸려오는 건 아니다. 저작권은 해당 자산을 재생산·복제할 권리, 파생 상품을 만들 권리, 사본을 배포할 권리, 공개적으로 전시·공연할 권리 등을 뜻한다. 책은 “NFT를 구매하는 것은 캐릭터 카드를 수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포켓몬스터 카드를 수집한다고 할 때 특정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만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지, 실제로 그 캐릭터 자체를 소유하거나 캐릭터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까지 소유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적 다툼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NFT를 발행하기도 한다. NFT와 연결된 작품이 바뀌는 일도 벌어진다.
책은 낙관적 전망에 치우쳐 있다. 그래도 친절한 설명으로 NFT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 NFT 시장 참가자들과 변호사, 교수의 인터뷰까지 담은 꼼꼼함이 돋보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