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야당에 건넸다는 ‘청부 고발’ 의혹이 2일 정치권을 강타했다. 야권 대선 지지율 1위인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발생했고, 문건을 건넨 당사자가 윤 전 총장 측근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윤 전 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지만, 여권은 “희대의 정치공작”이라며 파상 공세를 폈다.
이런 혐의의 근거로 당시 손 정책관이 김 의원에게 건넨 고발장이 공개됐다. 첫 페이지에 고발인을 적는 공간이 빈칸으로 있고, 고발장의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적혀 있다. 윤 전 총장 측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야당 측에 고발을 ‘발주’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고발장 수신처가 대검찰청으로 적힌 것은 당시 친정권 인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신 윤 전 총장 직할부대인 대검이 사건 배당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한 취지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보도의 진위에 대해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 후보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건 전달자로 지목된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신원 보호를 위해 전달받은 대화창은 모두 지웠기 때문에 문건을 내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당시 고발장을 제보로 규명하면서, 제보의 유무와 제보자인 손 정책관의 신원에 대해선 입을 닫은 것이다. 손 정책관은 김 의원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윤 전 총장이) 양해했으면 검찰총장으로서 아주 중차대한 잘못을 한 것”이라며 “이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관련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묵시적 지시설’이 된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죄 혐의로 기소할 때 ‘묵시적 청탁’ 개념을 사용한 것을 비유했다.
여권은 이번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조직체계상 총장의 지시와 묵인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윤 전 총장의 보복수사와 검찰권 사유화 의혹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실이라면 명백한 검찰 쿠데타 시도”라고 했다.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좌동욱/전범진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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