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숨진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장 이모씨(40)와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조합원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을 줄 수 있는 비아냥, 조롱 등을 단톡방에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면서도 “폭언과 욕설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인이 주장한 불법파업도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을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다. 노조는 “이씨의 수입이 매달 수천만원에 이르렀지만 심각한 경제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었다”며 “대리점 소속 기사들에게 4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CJ대한통운이 고인에게 대리점 포기 각서를 강요했다”며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한 고인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해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노조 기자회견 직후 유족 측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유족 측은 “노조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를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였다”며 “책임 회피를 위해 쏟아낸 헛된 말들이 진실인 양 탈을 쓰고 돌아다닌다면 고인을 다시 한번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인은 노조의 횡포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극에 달해 있음을 죽음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빈소도 찾지 않는 노조의 애도를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노조의 괴롭힘을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장은 “노조원 12명이 매일 이씨를 괴롭혔다”며 “택배노조의 괴롭힘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일이 여럿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한진택배 대리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택배노조의 한 부위원장이 경기 지역의 대리점 운영을 신청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리점 소장으로) 오면 쟁의권을 사용해 합법적으로 계속 파업할 테니 자신 있으면 오라”며 운영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장례를 마친 뒤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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