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용 장비·소모품 등을 만드는 마이크로디지탈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의약품 및 백신 생산에 필수적인 일회용 세포배양백 대량판매에 성공하면서 관련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까닭이다. 증권가에선 바이오의약품 생산량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세포배양백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포배양백 판매·자금조달에 급등
3일 마이크로디지탈은 전 거래일 대비 9.03% 오른 3만4400원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3거래일 만에 26.47% 올랐고, 8월 이후에만 85.44% 오르는 등 연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계기가 된 건 판매 공시였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달 31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28억원어치 일회용 세포배양백·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23억원)보다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낸 것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이 세포배양백·시스템 판매 공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마이크로디지탈이 배양 시스템을 대규모 양산·공급할 수 있을지 우려해왔는데, 이번 공시가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세포배양백은 세포배양을 용이하게 하는 소모품이다. 백신 및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고 실험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일회용이기 때문에 기존 스테인리스 세포배양기와 달리 용기를 세척하거나 멸균할 필요가 없어 시간이 단축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백신 생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포배양백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현재 세포배양백·시스템은 외국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고, 국내에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마이크로디지탈이 유일하다.
여기에 자금조달 공시까지 내며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줬다. 지난 2일 마이크로디지탈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2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 투자와 회사 운영에 쓰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계약 성공 소식 후 나온 자금조달 공시여서 시장에선 세포배양 시스템에 대한 실수요가 그만큼 높다고 해석했다. 9월 들어 주가가 급등한 이유다.
일회용 세포배양백, 지속적 매출 창출
마이크로디지탈의 재무구조는 아직 탄탄하진 않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마이크로디지탈은 몇 년째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017년 4억93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줄곧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3억원, 영업손실은 105억원이었다.그러나 증권가에선 미래를 낙관한다. 이번 세포배양 시스템 판매 이후 관련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봐서다. 일회용이라 쓰면 또 사야 하는 만큼 매출의 지속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비는 일회성 공급이지만 공급된 장비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일회용 세포배양백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사업구조 덕에 한번의 장비 납품은 고객과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로 이어지며 장비 공급 확대와 일회용 세포배양백 판매 확대로 연결돼 실적 성장의 단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전방산업의 성장 역시 마이크로디지탈에 긍정적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증가할수록 세포배양 시스템 수요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실적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3조93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초기 세포배양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어 효율적으로 세포배양이 가능한 일회용 세포배양 시스템 사업 기회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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