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던 中 반도체, 다시 살아났다…"삼성전자 안심 못 해"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입력 2021-09-04 16:02   수정 2021-09-04 18:01


한 때 전 세계 국가들은 중국 반도체 산업이 당분간 예전만큼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걸면서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기지가 한국과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대부분 집중돼 있다는 점에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지난해부터 반도체 쇼티지(수급부족)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감산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중국 견제는 더 심해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견제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수익성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
미국 견제로 위기 맞았던 중국 반도체
미국의 중국 견제는 전방위에서 이뤄졌다. 우선 자금줄을 조였다.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외국기업 책임법’은 회계나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한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외국 기업에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지분뿐만 아니라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중국 공산당 간부의 명단, 회사 정관에서 중국 공산당 관련 내용이 있는지도 밝히도록 해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대한 최첨단 반도체 장비 유입도 막았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중국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EUV는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새길 때 사용하는데 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중국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최근 파산·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배경도 미국 정부의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11월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를 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금줄을 차단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금액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미국 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칭화유니가 회사채 상환을 못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투자금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엔 반도체 등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중점 산업 기술 개발과 생산에 2500억달러(약 280조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혁신 경쟁법'을 찬성 68, 반대 32의 압도적 표 차로 처리했다. 이가운데 특히 540억달러(60조원)는 반도체에 특정해 집행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개발에만 20억달러(2조2000억원)가 할애됐다.
중국 반도체 굴기, SMIC 내세워 재시동

하지만 중국도 미국의 견제를 앉아서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는 상하이에 투자액 규모 10조원 이상인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3일 중국매체 펑파이는 SMIC가 상하이 자유무역실험구 린강 관리위원회와 협정을 맺고 린강에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합자회사는 매월 12인치 웨이퍼 10만 개를 위탁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회로 선폭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제품을 생산하는 데 초첨을 맞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이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투자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세제 지원이나 보조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도체 육성·투자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재에도 SMIC의 실적은 급성장하고 있다. SMIC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400% 가까이 급증했을 정도다. 중국증권보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SMIC의 2분기 매출액은 13억4400만 달러(약 1조5400억원)로 전년 대비 43.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6억8800만 달러(약 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8.5% 뛰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SMIC의 주가도 7월 말 21홍콩달러에서 9월 3일 24.050 홍콩달러까지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SMIC 입지 더 넓힐 듯
SMIC의 2분기 실적 호전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반도체 품귀현상과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최첨단 기술이 필요치 않다. 삼성전자나 TSMC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SMIC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뒤쳐지지 않는다.

SMIC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가 여전히 부족해 SMIC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는 다음 주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과 멕시코 실라오 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추기로 하는 등 이번 달에 북미지역 8개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포드차는 전날 반도체 부족으로 인기차종인 F-150 픽업트럭을 포함한 일부 차종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이번 달 전 세계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40% 줄일 계획이다.
"삼성 파운드리도 성장세지만 안심해선 안돼"

SMIC가 급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파운드리 시장 매출의 97%를 차지하는 상위 10대 기업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6.2% 증가한 244억700만 달러(약 28조2511억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2019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으로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에선 대만 TSMC가 52.9%로 1위고 삼성전자가 17.3%로 2위를 유지했다. SMIC는 대만 UMC(7.2%)와 미국 파운드리스(6.1%)에 이어 5.3%로 5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MIC만 볼 것이 아니라 배후에 있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정책과 공급망 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의 기업과 개인을 우대해 본토로 유인하기 위한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2018년에는 31가지, 2019년에는 26가지 중국 이주 인센티브 조치를 발표하며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와 숙련 노동력 유입을 유도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올해 3월엔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용 컴퓨터 생산기업인 비트메인이· 위장 기업을 세워 대만의 반도체 설계 인력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 당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견제로 최첨단 반도체 장비는 당분간 들이지 못하지만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 엔지니어에게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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