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은 늘었지만 수당이 줄어들어 총임금이 동결됐다면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일까. 학교법인이 보수 규정을 변경해 수당을 줄였다면 설사 총 임금이 그대로라고 해도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며, 따라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다면 보수 규정 변경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곽병수)는 지난 8월 25일, 경성대 교수들이 학교법인 한성학원(이하 학교)을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는 재정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총장 재량으로 보수규정을 변경해 수당 지급률을 인하하고 호봉승급을 제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수를 지급했다. 학교는 본봉의 370%이던 상여수당을 240%로 변경하고, 성과연구비도 기존 120%에서 25%로 바꾸는 등 각종 수당을 삭감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수당 지급률을 낮추는 것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인데도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경성대에서는 교수 과반수로 조직된 교수협의회가 있지만 이들의 동의는 없었다.
이에 학교는 "불이익하게 변경됐는지는 봉급과 수당을 합친 '보수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개별 수당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보수 총액이 줄어든 것이 아니므로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봉급은 호봉에 따른 기본급여고 수당은 직무여건 등에 따라 지급되는 부가급여로 서로 연계성이 없다"며 "봉급 인상이 있긴 했지만, 수당을 삭감한 대가관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가 봉급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도 "최근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학교가 패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봉급을 올려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보수총액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당을 줄인 것"이라며고 꼬집으며 "보수총액이 줄어들었는지를 기준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학교는 대학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는 등 재정적자가 계속 됐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불가피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법원은 학교가 임금산정 기간을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하다 3월 1일부터 다음해 2월 28일까지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판단했다. 인상된 임금의 적용을 2개월 늦추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경성대는 재정상 어려움을 이유로 2012년부터 교직원 임금을 동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경성대는 퇴직 교직원 9명이 제기한 1차 임금 소송 1심(2018년 8월)과 2심(2019년 3월)에서 패소한 데 이어, 재직 교수 120명이 제기한 1심(2020년 10월)과 2심 소송에서도 연이어 패소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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