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뜸해지고 여행도 못 가게 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이가 많아졌다. ‘2021 청소년 통계’에 중·고교생 34.2%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끼고, 25.2%는 최근 1년 내에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스트레스, 우울감, 집단 따돌림 등이 청소년기 자존감 하락의 원인이다. 우울한 감정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지만 정신과에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어른들도 정신과에 가는 걸 꺼리는 편이지만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은 인기가 높다. 우리가 잘 모르는 정신세계가 궁금한 데다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건진 생생한 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이리라. 정신과 의사들의 저서는 그 어떤 심리학 서적보다 명료하고 흥미롭다. 다양한 사례 속에 문제를 대입하다 보면 나의 심리 파악도 쉬워지지 않을까.
실제로 잘해주고도 욕먹고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유 원장은 ‘더는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배려를 베풀고 되돌아오지 않는 친절을 기대하지 말자. 당신은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지금보다 더욱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니 사람이나 관계에 의존하고 집착하기보다는 현상과 문제에 집중하려는 마음을 가지라’라고 권했다.
그런데 거리를 두고 조심하는 사람에게 도발하는 이들이 있어 문제다. 유 원장은 진짜 정신과에 와야 할 사람은 가해자인데 피해자들만 찾아온다고 안타까워했다. 타인의 에너지와 시간, 노력과 정성을 자연스럽게 훔치는 ‘감정 뱀파이어’들은 답답할 게 없기 때문이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는 더 이상 감정 착취자들에게 당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지침서이다. 정신과를 찾는 이들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수식어 중 대표적인 것이 ‘예민하다’는 표현이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사람도 있지만 주변의 환경과 상황, 당면한 문제로 말미암아 ‘예민해진 상태’의 사람은 구별되어야 한다.
마음대로 침범해놓고 “내가 솔직해서 그래.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부로 말해놓고 불편한 표정이라도 지으면 “별것 아닌 일로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라고 면박 주기도 한다.
“선하가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 생활하고 있잖아. 대단하지 않니? 나는 절대 고시원에서는 못 살 거 같아.” 남의 상황을 마음대로 알리고는 선하가 기분 나쁜 표정이라도 지으면 ‘예민하다’고 몰아붙이는 일. 이런 사람들 주변에 꼭 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지 못하는 시대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분노하고, 오프라인과 확연히 차이 나는 온라인 속 삶을 치장하느라 가면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 인증이 유행인 데다 자기 몸에 상처를 내면서 리스트컷 증후군을 앓는 성인도 늘어나고 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에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분석과 함께 돌파할 힘을 알리는 팁이 가득 담겨 있다. 저자는 현실이 힘들수록 10년 후를 생각하라며 미래 설계를 권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막연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것 또한 인생이다’라고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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