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세계적으로 공기 질이 확연히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3일(이하 현지시간) 펴낸 ‘대기질 및 기후 회보(Air Quality and Climate Bulletin)’를 통해 남아시아·남미·아프리카 등에서 초미세먼지(PM 2.5)가 최대 40% 줄어든 것을 비롯해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같은 대기 오염물질이 뚜렷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기질 및 기후 회보’를 처음 발간한 WMO는 이날 홈페이지에 인도 뉴델리 전쟁기념관 앞의 2019년 10월17일과 2020년 4월8일 모습을 비교한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2019년 10월엔 뿌연 황갈색 공기로 가득차 ‘인디아 게이트’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3주간 봉쇄(록다운) 기간을 거친 2020년 4월엔 깨끗한 하늘을 드러냈다.
회보는 25개국 63개 도시의 2015~2020년 주요 대기 오염물질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15~2019년에 비해 작년 록다운 기간의 이산화질소 평균 배출량은 무려 70%까지 줄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1월과 2월 사이 한 달간에도 유해 이산화질소가 극적으로 감소했다.
WMO는 록다운으로 인해 세계 곳곳의 대기질이 개선됐다면서 “코로나19 봉쇄와 여행 제한 조치로 2020년 특히 도시 지역에서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감소했다. 많은 도시 거주자들이 푸른 하늘을 봤다”고 말했다.
페테리 타알라스 WM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계획되지 않은 ‘대기 질 실험’으로 판명됐다. 일시적·국지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면서도 “팬데믹(대유행)은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WMO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일시적·국지적 대기 오염물질 배출은 감소했지만 기후 및 환경 변화로 인한 모래와 먼지 폭풍, 산불 등이 대기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적 환경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수십~수백년에 걸친 현상이다. 관측과 과학에 토대한 일관된 대기 질 및 기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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