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동부유'를 정책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중국의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면 '공동빈곤'으로 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경제 50인 논단(CE50)'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과거에도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공동부유 기조 아래 민간 영역 전방위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반대 목소리여서 더 주목받고 있다.
장 교수는 "기업이 부를 창출할 유인이 없다면 정부가 빈곤층에 이전해 줄 돈이 없을 것"이라면서 "기부는 상류가 말라버린 강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계획경제는 빈곤층에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빈곤층이 생겼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지향적 개혁만이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자유경제는 보통 사람이 가난의 족쇄를 풀고 부유해질 기회를 잡도록 할 수 있다"면서 "중산층의 소득을 늘릴 최선의 길은 기업과 시장경쟁을 더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장 교수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올라왔다가 삭제됐고, 공익성 민간학문기구인 CE50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글도 내려진 상태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 국정 기조를 전면화한 이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은 잇따라 거액의 기부를 약속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2025년까지 1000억위안(약 18조원)을 들여 '공동 부유 10대 행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500억위안(약 9조원), 중국 3위 전자상거래기업인 핀둬둬도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원을 지낸 웨이자닝도 1일 중국 최고 경영전문대학원(MBA)로 꼽히는 창장상학원이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반독점은 맞지만, 행정적 독점과 국유기업의 독점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영기업을 보호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할 시장친화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자본과 재능있는 사람, 혁신을 잘 대하는 게 중국의 장기적 경제성장과 지속적 성공, 공동부유를 위한 열쇠"라고 말하기도 했다.
왕샤오루 중국개혁기금회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발표한 글을 통해 공동부유가 시장경제 하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중국이 철 지난 행정적 개입 방식에 의존해 개혁 전의 구체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의 한원슈 부주임은 공동부유론에 대해 "빈곤층을 돕기 위해 부유층을 죽이는 게 아니다"라며 "파이를 키워서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며, 먼저 부유해진 사람이 뒤처진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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