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테이퍼링 연기되는 숨은 이유…'美 디폴트 가능성'

입력 2021-09-05 17:17   수정 2021-09-06 01:12

요즘 해외 투자자 사이에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고품격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국내 어느 언론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돈 버는 데 아주 중요한 정보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을 연기하는 숨은 이유를 다룬 단발성 뉴스다. 충분히 일리가 있어 상세하게 다뤄본다.

일단 경제지표상으로는 9월 Fed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결정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Fed가 작년 12월 이후 분기마다 제시한 올해 성장률을 토대로 GDP 갭(오쿤의 법칙·실제 성장률-잠재 성장률)을 구해보면 ‘인플레 갭’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마지막에 제시된 6월 전망치 7%를 기준으로 한다면 5%포인트의 인플레 갭이 발생한다.

Fed의 양대 목표 중 하나인 ‘물가 안정’ 차원에서도 테이퍼링을 결정할 때가 됐다. 지난 4월 이후 통화정책 기준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상승률이 인플레 타기팅 선인 2%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물가목표제로 용인해 나가고 있으나 5개월 연속 웃도는 것은 ‘일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길다.

오히려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케네스 로코프 하버드대 교수 등과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근원 소비자물가 산출에 40% 비중을 차지하는 집값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지금 테이퍼링을 추진해도 늦었다는 입장이다.

고용목표와 관련해 완전고용 달성이 멀기 때문에 테이퍼링을 단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주장에는 말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가장 많은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노동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종전의 ‘완전고용’ 개념은 무의미해졌다는 시각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와 Fed 인사들도 대부분 ‘매파’로 돌아섰다. 파월 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미셸 보우만 이사만이 테이퍼링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에는 매파로 알려진 에스터 조지 캔자스연방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도 금리 결정권을 갖는다.

성장률, Fed 양대 목표, FOMC 멤버 성향을 감안하면 테이퍼링을 추진해도 무난한데 왜 늦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월가에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7월 말 종료된 연방부채상한 유예가 더 연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이퍼링을 추진하면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연방부채상한 적용을 2년간 유예했던 시한(7월 말)을 넘기면서 조 바이든 정부는 남아 있는 현금으로 버티는 비상국면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방부채상한 확대와 유예 연장을 요청하고 있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판단 미스 등으로 탄핵론이 불 만큼 시련을 겪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트럼피즘이 잠복한 여건에서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 등을 감안하면 연방부채상한 유예 처리는 의외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앞에 놓여 있는 재정정책 여건이 이런데 통화정책마저 테이퍼링을 추진할 수는 없다. 바이든 정부가 당면한 현안 처리는 물론 코로나 사태 직후 무제한 통화 공급으로 어렵게 살려 놓은 경기마저 다시 둔화돼 Fed가 최대 치욕으로 여기는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차기 Fed 의장으로 거론되는 브레이너드와 같은 힘 있는 이사가 테이퍼링 추진에 신중을 기하고, 옐런 장관이 교체설이 나도는 파월 의장의 연임을 지지한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해된다. 한국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역선택 이론’을 적용한다면 연방부채상한 유예가 처리되면 곧바로 테이퍼링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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