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업 늘려주세요" 벽지학교 교사의 호소

입력 2021-09-05 17:29   수정 2021-09-06 01:05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교사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주 2회로 공교육 SW 시수를 늘리고, 교사 연수를 확대해야 합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정보교육을 확대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에 근접한 경기 파주 군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정지범 교사가 올린 글이다. 군내초는 전교생이 50명인 작은 학교다. 정 교사는 6학년 1반 담임으로 학생 9명을 가르친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현행 초등학교 SW, 인공지능(AI) 교육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며 “공교육 강화로 학교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사는 인근 학교 대부분이 SW·AI 교육에 한계를 여실히 느낀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선 6년간 17시간의 SW 교육이 이뤄진다. 5학년과 6학년이 듣는 ‘실과’ 과목 내부에서 조금씩 나눠 배운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이 1주일 동안 듣는 총 수업 시수가 29시간인데, 6년간 17시간은 터무니없다”며 “이 적은 시간에 아이들에게 SW 사고와 프로그래밍 구조를 가르치기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정 교사는 “과학, 사회 등 다른 과목에서 컴퓨터 SW를 써야 하는 간접 교과활동이 6년간 80개가 넘는다”며 “SW 교육이 개선되지 않으면 초등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도서벽지 간 사교육 격차가 이런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교내 SW 교육이 부족하자 수도권 학부모와 학생들이 SW 학원을 찾는 것은 일상이 됐다. 반면 도서벽지는 이런 보충학습이 쉽지 않다.

정 교사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주당 2시간씩, 1년에 68시간으로 수업을 늘리면 미술이나 음악 등과 비슷한 시수가 된다”며 “예체능 과목 정도가 되면 그에 맞는 교육 자료와 교사 연수 시스템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또 “도서벽지에도 코로나19로 무선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좋은 기회”라며 “이 시점에서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SW 교육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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