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으로 투병 중인 예상무 씨는 슬하에 딸 하나 씨와 아들 두나 씨, 아들 세나 씨 이렇게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부인과는 몇 년 전 사별했구요. 문제는 자식들 간에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겁니다. 미리 재산분배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해놓지 않으면, 자신의 사망 후 자녀들 간 분쟁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예상무 씨는 2015년에 딸 하나 씨가 결혼할 때 결혼자금으로 현금 10억원을 증여했습니다. 이때 두나 씨와 세나 씨에 대해서도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어주기로 했습니다. 두나 씨에게는 예상무 씨가 살고 있는 반포 소재 아파트를, 세나 씨에게는 예상무 씨가 임원으로 퇴직한 제약회사의 주식을 증여했습니다. 아파트와 주식 둘 다 시가가 10억 원 정도라 세 자녀 모두에게 공평한 배분이었습니다. 증여에 앞서 세 자녀의 의견을 물어 스스로 원하는 재산형태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향후 재산분배에 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각자의 서명까지 받았구요.
문제는 생전에 증여한 재산의 가격변동입니다. 두나 씨에게 증여한 반포 소재 아파트는 재건축이 확정되면서 증여 당시에 시가 10억원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30억원으로 3배 상승했습니다. 세나 씨가 보유한 주식의 가격상승은 더 놀랍습니다.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5년 만에 주가가 무려 8배 폭등해서, 세나 씨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80억원이 되었네요.
현재 자녀들은 재산 문제로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나 씨는 두나 씨와 세나 씨를 상대로, 두나 씨는 세나 씨를 상대로 재산의 재분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요구를 받은 상대방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불사하는 현 상황에서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유류분은 상속이 개시될 때 남아있는 재산에 생전증여재산의 가액을 더하고, 채무의 전액을 빼서 계산합니다.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 내에 증여한 재산만을 합산하지만,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기간 제한 없이 전부 합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 당시가 아니라,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증여 당시에는 유류분이 문제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시가가 오르면서 상속개시 시점에서 유류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0다104768, 판결]
유류분반환의 범위는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순재산과 문제된 증여재산을 합한 재산을 평가하여 그 재산액에 유류분청구권자의 유류분비율을 곱하여 얻은 유류분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해서 상속재산에 합산하면 유류분 산정의 대상재산은 총 120억원(현금 10억원+ 아파트 30억원+ 주식 80억원)이 됩니다. (각종 세금을 빼고 단순 계산할 경우입니다)
자녀들 각자의 유류분은 1/6입니다. 3명의 자녀의 법정상속분이 1/3씩이고 이에 대해서 1/2의 유류분 비율을 곱하면 됩니다. 120억원을 기준으로 금액을 계산해보면 각자 20억원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
하나 씨는 현금으로 10억원만을 받았으니, 자신의 유류분에 부족한 나머지 10억원에 대해서 두나 씨와 세나 씨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나 씨의 경우 세나 씨보다 재산가치 상승률은 덜하지만, 자신이 증여받은 아파트의 시가가 30억원으로 유류분 20억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유류분 반환청구는 할 수 없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두나 씨와 세나 씨는 각자가 증여받은 재산가액 비율로 하나 씨에게 유류분 10억원을 반환해야 합니다. 어림잡아 두나 씨가 반환할 금액은 2억7000만원, 세나씨가 반환할 금액은 7억3000만원 정도입니다.
이 때 예상무 씨 생전에 자녀들이 서명한 합의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민법에서는 상속개시 전의 유류분 포기약정은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상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 때문에, 자신의 사후 자녀들 간에 재산분쟁이 없기를 기대했던 예상무 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세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