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보다 실거주용"…숲세권 '친환경 아파트'가 뜬다

입력 2021-09-06 15:07   수정 2021-09-06 15:25



최근 준공된 아파트 단지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조명과 냉난방 등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건물의 전력 낭비를 잡아주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들어간다. 오피스 건물을 중심으로 시작된 ‘그린빌딩’ 열풍이 아파트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건설회사들도 친환경 아파트 단지 조성에 적극적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개선’과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아파트에 친환경 자재 사용 확산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준공한 단지 대부분이 에너지 효율 1~2등급을 받고 있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노후단지에 비해 60% 이상이라는 게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886가구)는 ‘제로 에너지 아파트’란 별명을 갖고 있다. 2019년 입주한 이 단지는 고단열, 신재생에너지설비,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 아파트로는 처음 제로 에너지건축 5등급을 받았다. 기존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뜻하는 ‘에너지 자립률’이 23.37%에 이른다.

미세먼지와 유해균 등을 막아 공기질을 관리해주는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대구 동구 용계동에 조성하는 ‘용계역 푸르지오 아츠베르’(1313가구)에 친환경 그린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클린에어시스템을 설치해 단지 입구부터 지하주차장, 출입구, 엘리베이터, 집안까지 5개 구역에서 미세먼지와 외부 유해균 침입을 차단해준다.

DL이앤씨는 최근 친환경 설계 기술로 ‘가변형 벽식구조’(C2하우스)에 대한 특허등록을 마쳤다. 안방과 주방, 욕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 구조를 입주민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도록 특화한 상품이다. 가변형 구조에선 평면 및 공간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어 아파트 수명을 늘리고,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절감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지난달 DL이앤씨가 수주한 서울 북가좌6구역 재건축단지(아크로 드레브 372)도 이 같은 설계가 적용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공기질 등을 자동 관리하는 단지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건설업계도 ESG 경영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단지를 건설하는 게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세권’에 환경 친화 아파트 공급
아예 분양 마케팅 포인트를 ‘친환경’으로 잡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아파트를 숲 또는 공원 옆에 배치해 ‘환경 친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지난달 3일 1순위 청약에 나선 강원 강릉시 교동 ‘강릉 롯데캐슬 시그니처’(1305가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단지는 평균 46.8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강원도 역대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1000가구가 넘는 데다 단지 바로 옆에 ‘강릉의 센트럴 파크’로 불리는 24만㎡ 규모 교동7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부동산 전문업체 직방이 자사 앱 이용자 151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주거공간 선택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쾌적성-공세권·숲세권(공원, 녹지 주변)’을 선택한 응답자가 31.6%로 가장 많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쾌적한 환경을 갖춘 단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다”며 “투자보다 실거주용으로 구입하는 수요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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