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의 ‘스토리’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은 지식재산권(IP) 투자에 정통한 회계사 출신 사업가”라고 말했다. 대명화학이 본격적으로 패션업에 뛰어든 건 코웰패션의 이순섭 회장을 만나면서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투자에 밝은 권 회장과 브랜드 감식안이 뛰어난 이 회장이 의기투합해 부동산 고르듯이 패션 브랜드들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대명화학이 중간 지주회사 격인 코웰패션과 모다이노칩을 통해 보유한 계열사가 35개사다. 이 가운데 의류 관련 회사만 18개이고 ‘코닥어패럴’, ‘키르시’, ‘오아이오아이’ 등 브랜드는 30여 개에 달한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투자법이 마치 저평가된 입지를 고르는 ‘부동산 투자법’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주력하는 반면 대명화학은 작지만 성장성이 높은 스트리트 브랜드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자회사인 코웰패션도 비슷하다. 아디다스, 퓨마, 캘빈클라인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속옷과 양말을 판매해 이익을 얻고 있다. 코웰패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2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명화학이 패션 스타트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신사를 통해 인기 브랜드로 성장한 키르시(70%)와 오아이스튜디오(80%), 하이라이트브랜즈(70%) 등을 사들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초창기에 육성해놓은 스트리트 브랜드를 대명화학이 속속 인수했다”며 “대명화학이 적극적으로 투자할수록 무신사와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신사도 2018년부터 유망한 패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대명화학의 사업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무신사파트너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600억원대로 늘리고 스타트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패션업계에선 대명화학이 로젠택배를 인수하면서 물류까지 아우르는 독자 패션 플랫폼 구축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신사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려는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배정철/박동휘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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