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1단지 '4억+α'…가격 급등한 재건축 '부담금 쇼크' 현실로

입력 2021-09-06 17:40   수정 2021-09-14 16:11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여러 재건축 규제 중에서 가장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7년 하반기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면서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매달린 것도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2018년 1월 2일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들은 올 하반기부터 재건축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된다. 미실현 이익인 데다 강남권은 납부액이 수억원에 달해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재건축이 위축돼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 급등에 재건축 부담금 급증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부담금 시행 유예 등을 주장하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가 오는 9일 설립총회를 연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6·7단지와 압구정3구역, 서초구 신반포 2차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50여 곳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재건축 단지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사용승인을 받은 은평구 은평서해그랑블(연희빌라 재건축)과 7월 사용승인을 받은 서초구 반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반포현대 재건축)을 시작으로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준공 인가 이후 4개월 이내에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하고, 조합원은 부과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재건축 부담금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과여서 거부감이 컸다. 여기에 집값 급등으로 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은 공시가격이 오르면 각 조합원이 내야 할 액수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국민은행 주간통계에 따르면 이 제도가 부활한 2018년 1월 후 지난달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47.9% 올랐다. 연희빌라가 예정액을 통보받은 뒤 준공승인을 받을 때(2018년 7월~2021년 5월)까지 은평구 상승률은 33.7%에 달했다. 반포현대가 속한 서초구 상승률(2018년 5월~2021년 7월)은 27.6%였다.

각 조합이 내야 할 부담금 역시 앞서 통보받은 예정액을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절대금액 자체가 큰 강남권은 가구당 수억원에 달하는 액수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17 대책’ 발표 당시 강남 5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구당 내야 할 재건축 부담금은 4억4000만~5억2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한 단지는 7억1300만원에 달했다. 지난 1년3개월간 집값 상승세를 감안해 재산정하면 금액은 이보다 크게 늘어나게 된다.
벌써부터 ‘버티기’…공급 부족 심화되나
2018년 1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한 이후 서울에서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곳은 연희빌라(가구당 770만원)와 반포현대(1억3569만원)를 포함해 서초구 반포1단지 3주구(4억200만원)·방배삼익(2억7500만원), 송파구 문정동 136 일원(5796만원) 등 7곳이다. 예정액을 산출 중인 사업장을 포함하면 서울 및 경기권에서 재건축 부담금 납부를 앞둔 단지는 20여 곳에 달한다. 사업 초기 단계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강남 대표 단지들도 모두 부과 대상이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부담금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다리면 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해 있어서다. 강남구 대치쌍용 1차는 환수제를 고려해 사업시행 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을 무기한 보류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부담금은 안전진단 등 다른 규제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강력한 규제”라며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커 리모델링 등으로 선회하거나 버티기에 나서면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 부과 논란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가 2019년 12월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 2006년 도입됐지만 주택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2013~2017년 유예됐다가 2018년 1월부터 다시 시행됐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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