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사기사이트 운영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주식,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 암호화폐, 금 등을 거래하는 곳”이라고 속여 자신들의 사이트로 끌어모은 뒤 피해자들의 돈을 빼돌린다. 아예 수익을 올리지 못하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사례도 많다.
대부분 합법적 투자사이트로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홀짝 베팅 등 도박과 비슷하다. 선입금을 유도한 뒤 암호화폐 시세가 전날보다 오를 것 같으면 매수, 내릴 것 같으면 매도에 일정 금액을 걸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 지식에 어두운 주부, 장·노년층은 대부분 이를 도박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는 직원들의 말만 믿고 선입금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런 업체들은 블로그, 유튜브 등에 합법 업체라고 버젓이 광고할 뿐만 아니라 제도권 금융회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유력 언론사 등에서 인정받은 투자사이트라고 속인다.
피해자들은 △도박을 투자상품으로 속인 점 △사이트 내 베팅 프로그램 자체가 조작된 점 △약정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고수익을 노리고 베팅하는 방식은 도박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은 “나는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피해자로 인정받기는커녕 도박한 죄로 처벌받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허탈해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변호사)는 “문제가 된 사기사이트는 도박죄만 적용되면 사기죄로 적용될 때보다 형량이 줄고, 속은 사람들도 피해자가 아니라 도박한 사람이 돼버린다”며 “일반적인 사기와 달리 조금씩 돈을 주면서 계속 잃게 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사기”라고 말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온라인 불법 사행산업 2만928건 중 불법 온라인도박이 1만8199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불법 스포츠도박 2665건, 불법 복권 46건, 불법 경주류 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위원회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고소득 보장’ ‘손쉬운 투자’ 등 허위광고에 속아 불법 도박에 참여하는 사례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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