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경영에 집중할 것"…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 사임

입력 2021-09-06 18:14   수정 2021-09-07 01:38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을 이끌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사진)이 현대캐피탈에서 손을 떼고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경영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역량을 쏟고,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 및 기아 등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6일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오는 30일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목진원 현 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향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내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다. 정 부회장의 부인인 정명이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사장이 정 명예회장의 둘째 딸이다.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07년부턴 현대차그룹의 상용차(버스, 트럭 등) 금융사인 현대커머셜도 이끌어 왔다. 지난 4월엔 현대카드 등 3사가 정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영업과 마케팅 등은 각자 대표에 맡기고 정 부회장은 3사의 중장기 전략을 짜는 역할을 해오다가 이번에 현대캐피탈 경영에서 아예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고 연초부터 그룹쪽과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전속 자동차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의 전략적 활용도를 높여 시너지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는 물론 정비와 보험, 중고차, 폐차 등 자동차 관련 종합 금융 서비스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최초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모델을 선보이며 현대카드의 몸집을 키운 정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카드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기술을 접목해 현대카드를 단순 카드사가 아닌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현대카드는 PLCC 제휴를 맺은 파트너 기업들과 ‘데이터 협력’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그룹에서 계열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 부회장이 그룹에서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을 떼내 독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 부회장 부부가 37.5%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커머셜은 지난달 현대카드 지분 5%를 인수해 총지분을 28.54%까지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이번 사임과 계열분리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총자산은 국내 기준 33조7000억원(해외자산 포함하면 100조원 이상)이었으며 현대카드는 20조4000억원, 현대커머셜은 9조5000억원이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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