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유전자치료제 개발…美 바이오마린도 임상 중단

입력 2021-09-07 09:02   수정 2021-09-09 07:26

올 들어 유전자치료제 개발 시도가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치료 효과가 있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환자에게 투입해 질병을 고치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그러나 유전자치료제에 사용하는 전달체(벡터)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일(현지시간)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의 'BMN307' 임상 1·2상에 대해 중단 결정을 내렸다. BMN307은 페닐키톤뇨증(PKU)에 대한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페닐키톤뇨증은 ‘페닐알라닌 수산화효소(PAH)’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PAH는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 알라닌(Phe)’의 대사에 필요하다. PAH가 충분하지 않으면 페닐 알라닌이 혈액에 비정상적으로 높게 축적돼 뇌에서 독성을 보인다. 심각한 지적 장애나 발작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

바이오마린은 BMN307 활성의 지속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마우스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약물 투여 후 52주째, 최고 투여량 그룹 7마리 중 6마리의 간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벡터로 사용한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의 일부가 염색체에 삽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FDA는 이 같은 전임상 결과를 근거로 바이오마린의 임상 1·2상 중단 결정을 내렸다. 바이오마린은 FDA 및 보건 당국과의 협의가 끝날 때까지 이번 임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행크 퍼스 바이오마린 글로벌 연구 개발 책임자는 "FDA 논의에서 강조된 문제를 인정한다”며 “암 유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미국 블루버드바이오의 희귀신경계 질환 유전자 치료제 '엘리셀(ELI-CELL)' 임상 3상 또한 중단됐다. 투여 환자에게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사례가 발생해서다.

엘리셀은 '부신백질이영양증(CALD)'의 유전자 치료제다. CALD는 5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성염색체의 ALD 유전자 이상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이번 부작용의 원인으로 렌티 바이러스를 지목했다. 엘리셀은 변형된 렌티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정상적인 ALD 유전자를 체내에 삽입하는 방식의 유전자 치료제다. 그러나 이같은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할 경우 표적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를 잘못 활성화시키는 사례가 있어 왔다.

블루버드바이오가 사용한 렌티 바이러스는 비교적 안전한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9년 발표됐다. 국제학술지 '몰리큘러 테라피'에는 렌티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를 실험하던 중 원숭이 한 마리가 백혈병과 유사한 질병에 걸렸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일본 아스텔라스제약의 ‘AT132’ 임상 역시 중단됐다. AT132는 근력이 저하되는 난치병 ‘선천성 근육병증’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이다. 그러나 임상 도중 AT132 투여 환자의 간기능 수치가 비정상으로 확인돼 회사는 지난 1일 임상을 자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이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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