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어렵다 프로에 맡기자'…액티브펀드에 다시 돈 들어온다

입력 2021-09-07 15:08   수정 2021-09-07 15:09

자금이 빠져나가기만 했던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로 오랜만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 대세 상승장이 멈추고 종목장세로 진입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다시 전문가들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운용업계에선 어려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조심스레 펀드를 찾는 개인투자자가 더 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의 설정액은 15조1618억원(6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한달 전(14조8415억원)에 비해 3000억원 정도가 유입됐다.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수 년 째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자금이 많이 들어온 펀드의 상당수가 독립계 자산운용사의 상품이었다. 한 달 기준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펀드는 ARIRANG ESG 가치주 액티브 ETF로 789억원이 유입됐고, 그 뒤를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500억원)가 이었다. 그런데 3위는 VIP자산운용이 자문을 하는 KTBVIP스타셀렉션펀드(498억원)가 차지했고, 4위도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336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6위를 기록한 것도 타임폴리오마켓리더펀드(272억원)였다. 모두 독립계 자산운용사다. 통상 증권사나 은행 등 펀드 판매사를 계열사로 낀 운용사 펀드가 매대에 깔리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활약이다.

운용업계에선 대세 상승장을 구가했던 작년과 달리 올 하반기 들어 혼란스런 장세가 이어지면서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많다고 분석한다. 지수는 횡보해도 에스엠이나 위메이드처럼 단시간에 두 배 오른 종목이 적지 않다보니 갈증을 느끼는 투자자가 더 많았을 거란 얘기다. 독립계 운용사의 펀드가 자금몰이를 하고 있는 것도 대형운용사의 네임밸류보다는 수익률을 중시하는 투자자의 행동이 반영된 결과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예를들어 KTBVIP스타셀렉션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32.44%이고,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는 15.81%로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11.4%)을 웃돈다. 시계열을 3년, 5년 장기로 넓히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돌고 있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펀드매니저도 대응하기 어려운 시장이 지속되고 있고 개인투자자 역시 여기저기 종목을 갈아타다가 손실 난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전히 높은 수익을 얻고싶은 투자자들이 프로를 다시 신뢰하기 시작한 것 같고, 그들이 네임밸류를 따지기 보단 장기수익률을 기초로 진짜 실력이 좋은 운용사를 찾다보니 독립계 자산운용사로도 돈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로 물밀듯이 들어왔던 직접투자자금이 펀드로 흘러갈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개인이 직접 사들인 코스피·코스닥 주식만 약 144조원어치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약 6조66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직접투자 열기가 간접투자로 흐른다면 펀드에도 수 년 만에 자금유입이 지속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운용업계는 조심스레 낙관한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는 등 유동성장세가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국면에선 개별종목이 수익률 차별화를 보이는 기간이 3~4년 이어지곤 한다"며 "벌써 부유층 중심의 스마트한 자금들이 펀드를 찾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가 전달되면 폭넓은 개인투자자들도 펀드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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