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이 작가의 개인전 ‘Dreams Come True’가 8일 개막한다. 작가의 원더랜드 연작 등 회화 25점과 곰 모양 조각 작품 ‘럭키 베어(Lucky Bear)’ 4점 등 29점을 내놓는다.
인쇄물과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면 그의 작품은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현란한 팬시 상품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림들은 화려하기보다 편안하다. 그림이 불러일으키는 감정도 유쾌함보다는 따뜻한 행복감에 가깝다. 작가가 섬세하게 조율한 색 배합과 화면 구성, 화면을 무수히 수놓은 하얀 선들의 조화 덕분이다. 작가는 “어릴 적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추억을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모두 관객을 바라보고 있고, 큰 눈에는 복잡한 도상들이 담겨 있지요. 관객에게 ‘행복해지라’는 최면을 거는 겁니다. 제 그림의 목표는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림을 보는 분들이 모두 최면에 걸려 저마다의 행복과 여유를 얻어 갔으면 합니다.”
행복을 전하는 그림이지만 작업 과정은 고행에 가깝다. 먼저 캔버스 바닥 면에 자신이 조합한 재료를 칠한 뒤 사포질을 하고 같은 재료를 다시 칠한다. 일정한 두께가 될 때까지 이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물감과 크랙 방지제 등 네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재료를 거듭 칠해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느낌의 매끈한 층을 표현한다.
백미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칼로 여백을 긁어내 특유의 무늬를 이루는 스크래치 작업이다. 극도로 섬세한 작업을 수백 번 거듭하다 보면 손목과 팔에 마비가 오기도 하지만, 스크래치 하나하나를 새기며 ‘행복해지라’는 소망을 담는다고 했다.
이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들은 미술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와 비슷한 나이대인 30~40대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에 열광한다는 전언이다. 평단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동아미술상, 뉴프론티어상, 최우수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한국 극사실주의 화풍을 대표하는 이석주 작가의 딸이지만 아버지의 ‘후광’ 없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만든 테디베어 형태의 조각품 럭키 베어 연작 4점도 공개됐다. 이 중 3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기 시흥의 신축 아파트단지에 4m 크기로 확대돼 설치된다.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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