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 빠져나가기만 했던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로 오랜만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 대세 상승이 멈추고 종목장세로 진입했다는 분석에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전문가들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의 설정액은 15조1618억원(6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한 달 전(14조8415억원)에 비해 3000억원 정도 늘었다.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수년째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 달 기준으로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펀드는 ARIRANG ESG 가치주 액티브 ETF였다. 789억원이 유입됐다.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500억원)가 뒤를 이었다. 3위부터는 독립계 자산운용사 상품이 주를 이뤘다. 3위는 KTB자산운용이 운용하고 VIP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은 KTBVIP스타셀렉션펀드(498억원)가 차지했고, 4위도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336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6위에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타임폴리오마켓리더펀드(272억원)가 올랐다. 모두 독립계 자산운용사다. 통상 증권사나 은행 등 펀드 판매사를 계열사로 낀 운용사 펀드가 많이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활약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선 대세 상승했던 작년과 달리 올 하반기 들어 혼란스러운 장세가 이어지면서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지수는 횡보해도 에스엠이나 위메이드처럼 단시간에 두 배 오른 종목이 적지 않다 보니 수익률에 갈증을 느끼는 투자자가 더 많았을 거란 얘기다. 독립계 운용사의 펀드가 자금몰이를 하고 있는 것도 대형 운용사의 네임밸류보다는 수익률을 중시하는 투자자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예를 들어 KTBVIP스타셀렉션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 32.44%,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는 15.81%를 기록 중이다.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11.4%)을 웃돈다. 시계열을 3년, 5년 장기로 넓히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펀드매니저도 대응하기 어려운 시장이 지속되고 있고 개인투자자 역시 여기저기 종목을 갈아타다가 손실 난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전히 높은 수익을 얻고 싶은 투자자들이 프로를 다시 신뢰하기 시작한 것 같고, 그들이 장기수익률을 기초로 실력 좋은 운용사를 찾다 보니 독립계 자산운용사로도 돈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로 물밀듯이 들어왔던 직접 투자자금이 펀드로 흘러갈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개인이 직접 사들인 코스피·코스닥 주식만 약 144조원어치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6조66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직접투자 열기가 간접투자로 흐른다면 펀드에도 수년 만에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는 등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국면에선 개별종목 간 수익률 차별화가 3~4년 이어지곤 한다”며 “벌써 부유층 중심의 스마트한 자금들이 펀드를 찾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가 전달되면 폭넓은 개인투자자들도 펀드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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