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기업 경영진을 긴장시키는 사안이 하나 더 생겼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경찰도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은 고용노동부만 수사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경찰의 경우 중대재해 관련 전문성이 떨어져 예방보다 처벌 위주로 접근할 공산이 커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노동 관련 수사는 고용부 근로감독관이 검찰 지휘를 받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됐고 노동 관련 사항은 검찰이 맡기로 한 6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노동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은 경찰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올해 1월 발효됐으며 검찰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만 담당한다.
경찰청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에서 경찰이 광주노동청을 압수수색한 사례를 들며 “근로감독관이 사업주 등과 유착관계가 의심되거나, 위법이 있는데도 수사하지 않는 등 특수한 경우에는 경찰 개입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 간 업무 구분이며, 고용부 권한을 당연히 경찰이 가져가겠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경찰은 고용부 근로감독관이 가진 노동관계법 전속 수사권을 폐지하고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광주 철거현장 사고에서 고용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자료 진위 파악 때문이었지 고용부의 유착이나 비위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근로감독관의 업무 수행 등이 불공정하면 형법에 따라 근로감독관을 수사하면 그만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경영계도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찰이 근로감독관처럼 중대재해 관련 수사만 하고 갈지 의문”이라며 “가뜩이나 중대재해처벌법 해석이 어려운데, 경찰은 상대적으로 관련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에서 대외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임원은 “기업이 중복 수사를 받게 되거나 수사가 지연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악몽”이라며 “게다가 경찰은 예방이 아니라 처벌 위주로 접근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수사권은 반드시 일원화돼야 하며 더 전문성을 갖춘 수사기관이 맡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대수 의원은 “내년 법 시행을 앞두고 모든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 경찰이 이제 와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사업주 처벌과 함께 노동자의 권리 구제도 같이 병행해야 하므로 근로감독관과 같은 안전보건관리 전문가가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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