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성공시킨 전략 '자주'서도 통할까

입력 2021-09-07 17:40   수정 2021-09-08 02:07

일본계 ‘무인양품’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가 양분하던 생활용품 시장의 무게추가 자주 쪽으로 쏠리고 있다. 무인양품이 비싼 가격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타격으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겪는 동안 자주는 매출과 이익을 늘려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스타벅스코리아의 ‘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이석구 사장이 옮겨오면서 자주의 독주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주 뜨는 사이 위기 맞은 무인양품
7일 라이프스타일 용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254억원이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사업부문 매출은 올해 10% 이상 늘어난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1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8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지난 2분기 자주는 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서현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실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생활용품 부문이 성공적인 사업구조 전환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무인양품은 쇠퇴기를 맞고 있다. 2018년 1378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027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도 2018년 77억원에서 작년 12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던 무인양품의 위기에 대해 업계에선 일본 직수입으로 인한 비싼 가격, 국내 생활패턴과 맞지 않는 상품군을 원인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기획하고 제조까지 하는 수입 제품이 많다 보니 가격은 비싸고 한국인의 생활패턴에 맞지 않는 상품이 많다”며 “가령 국자와 침대가 한국인의 식성과 체격보다 작게 출시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무인양품은 지난달 한국 업체와 협력한 국내 생산 제품을 늘리고 가격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스벅 키운 이석구 ‘매직’ 시동
자주의 성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석구 자주사업부문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스타벅스코리아를 출범 초창기부터 11년간 이끌며 최고의 브랜드로 키운 인물이다. 1949년생이지만 신세계그룹이 ‘매출 1조원’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천명한 자주사업부문의 사장으로 영입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정보기술(IT), 트렌드, 현장으로 요약된다. 그는 세계 스타벅스 중 최초로 원격·자동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오더’와 ‘마이 DT 패스’를 선보여 대성공을 거뒀다. 그는 ‘사무실에 없는’ CEO로도 유명했다. 매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개선 사항을 찾는 ‘현장 경영’을 펼쳤다.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자주에서도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취임 직후 자체 온라인 앱 리뉴얼에 들어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아닌, 자주 자체 앱을 흥행시켰다. 또 ‘온라인 볼륨업’을 위해 신세계그룹 채널 외 쿠팡 카카오 G마켓 등에도 입점을 결정했다. 그 덕분에 자주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작년 2분기 9%에서 올 2분기 14%로 크게 늘었다.

이 사장은 인기 걸그룹 멤버 이름을 외울 정도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자주에서 파자마, 와이어리스 속옷 등 ‘보디 포지티브’ 의류를 히트시키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 사장의 스타일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스타벅스 사장 시절 매장 방문 때 지적할 것이 있어도 현장에선 절대 질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신 회사로 돌아와 작은 지적사항을 큰 그림으로 발전시킨 뒤 개선안을 제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직원들의 건의와 제안을 경청하고 제품에 반영한다”며 “소통 분위기가 형성되는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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