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조618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겨냥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2금융권에서 발생한 풍선효과 여파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증가로 이자이익이 늘어나고, 증시 활황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저축은행 사태로 2014년 30조원대로 떨어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면서 올해 마침내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6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258억원(66.9%)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1조4000억원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대출 증가로 인해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95억원 증가했다. 유가증권 관련 이익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2721억원 늘어났다.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전년 말보다 10조4000억원(11.3%) 늘어난 10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총대출은 88조원으로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13.4%)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48조9000억원으로 법인대출 위주로 5조7000억원(13.1%) 늘었다. 가계대출은 36조원으로 신용대출 위주로 4조4000억원(14.0%)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전년 말보다 1조2000억원(11.1%) 증가한 1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익 시현으로 이익영여금이 9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상반기 총여신 연체율은 2.7%로 전년 말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6%로 같은 기간 0.8%포인트, 가계대출 연체율은 3.2%로 0.1%포인트 내렸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6%로 전년 말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요적립액 대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0.1%로 전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모든 저축은행이 요적립액 100% 이상을 충족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06%로 전년 말보다 0.17%포인트 하락했으나 규제비율 대비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이 14.2%로, 순이익 증가로 인한 자기자본 증가율인 12.8%를 웃돈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 등 외형 확대 정책이 잠재 부실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 시 관리 강화를 지도하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유도할 것"이라며 "한도성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 강화 등 선제적인 손실흡수능력 제고 방안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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