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롱 변호사(사진)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창업하게 된 얘기다. 2018년 8월 문을 연 이 회사는 현재 서울 노량진 스타트업 지원공간인 스페이스살림 지하1층에 자리잡고 있다. 처음에 개발자와 둘이서 시작했다. 3년 반에 직원 수가 8명으로 늘었다. 그 중 절반은 개발자. 리걸테크(법+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지난 9일 최 변호사를 만나 화난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속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요. 사람들이 온라인에 모여 속상한 일들을 성토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분노를 합법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졌죠". 05학번으로 2000년대 초중반에 대학 시절을 보냈던 것도 영향이 컸다. 이른바 '아고라 세대'였다. "각종 이슈를 온라인에서 토론하고,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실제 광장에 나가서 행동을 하는 게 익숙했어요. 사람들의 화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에너지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화난사람들을 구상하게 된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마침 벤처1세대 시절 정보기술(IT) 회사에서 투자유치 업무를 했던 남편도 최 변호사의 이런 생각을 지지했다. 최 대표의 남편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해보라"며 개발자를 소개해는 등 다방면으로 그의 창업을 도왔다.
공동소송은 변호사들에게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사건은 아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명의 사건 의뢰인들과 각각 소통을 해야한다. 증거자료를 일일이 수집하고 서면도 따로 받는다. 진행사항에 대한 문의도 개별적으로 해야한다. 피해액에 비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도 크지 않다. "사회적인 의미는 있지만 일은 고되어요. 적극 나서서 하려는 변호사들이 많이 없죠." 그래서 법원에서 요구하는 양식으로 자료를 데이터화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화난사람들에서는 세 가지 방식으로 공동소송이 개시된다. 화난사람들 게시판에 올라온 일반인들의 제보를 본 변호사가 소송에 착수하거나,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기획한다. 화난사람들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변호사에게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공동소송 시장이 점점 커짐에 따라 화난사람들은 사이트의 전면 리뉴얼을 추진 중이다. 일반인끼리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시판 형식의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허위 광고에 대한 신고부터 각종 진정 사건에 이르기까지, 어떤 주제라도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 같은 주제에 공감하는 사람이 100명 모이면 화난사람들이 직접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다.
최 변호사는 "피해를 겪은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의 일을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연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화난사람들이 출동합니다'란 구호를 앞세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다양한 '분쟁해결 선례' 검색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분쟁해결기구 사이트마다 흩어져 있는 선례를 화난사람들 한 곳에서 검색해 바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화난사람들의 궁극적인 미래에 대해 묻자 최 변호사는 "고객의 일상을 지키는 회사"라고 말했다. "10만원짜리 물건을 사고 보니 광고가 허위거나 과장됐던 경우들이 있어요. 이럴 때 소액이라고 꾹 참고 넘기지만 말고, 화난사람들에 모여서 속도 풀고 해결법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안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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