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심장으로 꼽히는 광주에서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를 두고 경기지사 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8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호남권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진 빚을 갚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의원직 사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충청권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50%가 넘는 득표율로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전 대표는 30%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다가올 1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호남 지역 순회 경선을 겨냥, 유권자들에게 정권 재창출을 향한 절실함을 강조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호남 출신 정치인' 이미지를 강화함으로써 지지율 반등을 노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광주는 실질적으로 호남 경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전 대표가 광주에서 패배할 시 사실상 경선은 끝"이라며 "유권자에게 자신이 진짜 호남 정치인임을 강조하고, 배수의 진을 쳐 남은 경선에 임하겠다는 결기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선언이 이재명 지사를 향한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지사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던 이 지사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지사직 유지'의 문제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선언으로 이재명 지사의 지사직 유지가 지닌 문제점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실제 지사직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겠으나 적어도 지사직을 던지라는 압박용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이 지사를 압박할 방법을 찾았다"라며 "이 전 대표는 의원직 사퇴가 지닌 '다 버린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바탕으로 경선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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