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美 9·11테러 설계자, 법정서 웃고 기자들에 손 인사

입력 2021-09-08 17:49   수정 2021-09-08 17:50


미국 9·11테러 발생 20주년을 앞두고 법정에선 테러범들이 희생자 유가족 앞에서 웃고,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반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

7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쿠바 관타나모 미군 해군기지에 있는 '캠프 저스티스' 법정에 9·11테러 설계자로 알려진 알카데아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출석했다.

모하메드와 공모자로 지목된 왈리드 빈 아타시, 람지 빈 알시브, 무스타파 알 아우사위, 아라르 알 발루치 등 4명도 함께 법정에 섰고, 참관석에는 9·11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자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미뤄진 심리가 18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테러범들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모하메드는 심리 내내 웃는 모습을 보였고, 중간 휴정 시간에 법정을 빠져나갈 대는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발생 20년이 지났지만 테러범들은 이처럼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정식 공판은 시작되지도 못한 채 심리만 무려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피고인 5명은 2976명을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이들은 2002~2003년 체포된 후 지금껏 40차례가 넘는 공판 전 심리만 받고 있다.

모하메드는 9·11테러를 포함해 △대니얼 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참수 사건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사건 등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고문에 의한 증거 사용 불허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테러범들의 변호인단은 2002~2006년 CIA 고문으로 인한 증거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심리 재개를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태라면 심리 절차에만 10년이 더 걸릴 수도 있고, 재판이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재판을 위한 군사위원회 시스템이 버락 오마바 행정부 시절 창설돼 모든 문제가 논쟁 대상으로 떠올랐고, 중간에 판사와 변호사가 자주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공판 전 심리 절차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오는 11월 1일부터 19일까지로 예정돼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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