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명백한 호도이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김포장기대리점 단톡방은 고인과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에 대한 낯 뜨거운 욕설로 가득했다. “이 × 같은 김포터미널에 × 같은 비리 소장들! × 같은 ××들한테 빌붙어 사는 × 같은 기사님들.” “가진 게 있는 ××가 더하네? 그거 다 기사들 것 훔쳐서 만든 거야.”
“고인은 단체 대화방을 보는 게 너무 괴로워 메시지를 읽지 않기도 했다”는 게 이 대리점 비노조원 택배기사의 생생한 증언이다. “노조원들이 고인이 운영하는 대리점을 아예 접수하려 했다”는 증언과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노조가 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의아스럽다. 이씨를 돕던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이 분루를 삼키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마당이다. 소위 ‘자체 조사’가 진실과 거리가 먼 셀프 면죄부일 뿐이라는 사실이 하루 이틀이면 드러날 것임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그 해답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도심에서 벌어진 코미디 같은 광경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날 경찰은 무려 41개 부대 2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가까스로 구속시켰다.
영장이 발부된 지 20일이 지나는 동안 양 위원장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정규직 노조가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공장을 불법 점거하는데도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쩔쩔매는 경찰의 모습을 택배노조와 김포장기대리점 노조원들은 어떻게 봤을까. ‘진실이 어떻더라도 경찰이 우리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협박·폭언은 그 자체로 극도의 고통이다. ‘공권력조차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고통은 절망으로 바뀐다. “힘겹게 버티던 스토킹, 학교폭력 등의 피해자가 무너질 때가 경찰로부터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좋게 넘어가라는 말을 들을 때”라는 게 서초동 변호사들의 공통된 얘기다.
직원 50여 명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은 이씨의 죽음에 대해 “경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동병상련을 느낀 듯했다. 미안하지만 틀렸다. 공권력이 거대 권력의 눈치를 보며 벼랑 끝 피해자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할 수 없다. 미필적 고의라고 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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