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의 원조는 지난해 7월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공동 제안한 ‘미담학교(미래를 담는 학교)’다. 미담학교는 30년 이상 노후한 학교 건물을 전면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지금의 미래학교와 내용이 같다.
조 교육감은 ‘한국판 뉴딜’ 정책에 이를 포함시켜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고, 같은 달 교육부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라는 이름으로 이를 수용했다. 정책이 구체화하고 대상 학교가 선정되기까지 1년이 걸린 만큼, 서울교육청이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업 대상 학교 학부모는 올 2학기 개학 무렵이 돼서야 단 몇 장의 공문으로 사업 내용을 알게 됐다. 조 교육감의 제안이 전국 규모 사업이 되는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그는 정책 제안 시점부터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했어야 한다.
지난 7일 서울 10개 교 학부모들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조 교육감이 낸 설명자료에는 “학생, 교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을 개선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며 교육청의 당연한 책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의 항변대로 학교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교육청, 교육감의 책무가 맞다. 하지만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우려를 귀담아듣는 것도 교육감의 책무다. ‘혁신학교와 유사하다’는 등의 편견이 쌓이기 전에 미리 했어야 할 일이다.
단순히 ‘오해’ ‘학부모 이기주의’라고 치부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사업 대상에 선정된 학교들은 모듈러 교사(임시 조립식 건물)에서 수업하거나 학생들을 주변 학교로 전출해야 한다. 연희초 1학년 한 학부모는 “멀쩡히 도보 등교하다가 학교가 멀어 이사를 가야 할 판”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 강행,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논란으로 ‘불통’ 이미지가 누적된 상태다. 여기에 해직교사 특혜채용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것도 학부모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미래학교와 관련해 조 교육감은 첫 단추를 끼운 당사자로서 책임지고 학부모들을 설득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주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게 미래학교의 취지임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며 몰아붙일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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