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이 2018년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문’에는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돼 있다. 그해 9·19 평양선언에선 ‘적대행위 중단’과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약속한 내용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두고 북한 비핵화에 큰 성과가 있는 것처럼 자랑해왔다.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은 수차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핵시설을 다시 돌리면 강력히 경고해도 모자랄 판에 청와대까지 최 차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말한 것으로, 우리도 마찬가지”라니 개탄스럽다.
최 차관은 “4·27 선언, 9·19 합의 내용 중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영변 재가동과 다른 지역 고농축우라늄 시설 가동 정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부는 핵시설 징후를 포착했으면서도 국민에게 숨긴 채 남북한 통신선 복구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라며 반겼다. 더욱이 여권 의원들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통일부는 대북 지원에 나섰다. 안보 불감증이든, ‘편의적 낙관’이든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이 그간 합의 사항을 어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정부 대응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북한군의 우리 측 감시초소(GP) 총격과 서해 해안포 사격에 대해 “굉장히 절제된 도발”이라고 감쌌다. 여당 대표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대포로 안 쏜 게 어디냐”고 황당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위헌 소지까지 있는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의 담화가 있자마자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에도 강행 처리했다. 이런 ‘북한 짝사랑’ ‘평화 구걸’을 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북한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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