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

입력 2021-09-08 17:21   수정 2021-09-0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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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50만 명에 경상북도 정도 크기의 중남미 소국 엘살바도르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세계 최초로 7일(현지시간)부터 이 나라에서 법정화폐로 통용되기 시작해서다. 그런데 출발부터 영 순탄치 않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운영하는 비트코인 지갑인 ‘치보(Chivo)’가 이날 서버 용량 문제로 일시적으로 사용이 중단됐다.

엘살바도르는 법정화폐로의 안착을 위해 1인당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치보’를 통해 전 국민에게 지급했다. 정부 차원에서 400개의 비트코인을 사전에 매수하고 원할 때 언제든 비트코인을 달러로 바꿀 수 있도록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신탁도 조성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사고가 터진 것이다,

더 큰 골칫거리는 이날 비트코인 가격이 10% 넘게 하락하는 등 급락세로 돌아선 점이다. 지난 5~7월 폭락세였던 비트코인은 8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최근 개당 6000만원(약 5만2000달러)을 넘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하루 만에 5300만~5400만원대까지 수직 하락한 것이다. 유튜브 등 온라인 일각에서 엘살바도르의 법정화폐 채택을 응원하자며 벌어졌던 ‘비트코인 1인당 30달러어치 매수 움직임’도 무색해졌다.

이날 급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이 첫날부터 삐걱대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최초 법정화폐 채택’이라는 호재가 소멸되면서 자연스런 조정이 온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주요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금융 기득권 세력이 비트코인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음모론을 펴는 이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비트코인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이 또 한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수 엘살바도르 국민이 비트코인 반대 시위를 벌인 것도 그 때문이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받아들인 것은 달러를 쓰는 탓에 자국 통화가 없는 데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달하는 해외 교민 송금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서다. 인플레이션이 심하고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여타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고 한다.

엘살바도르(El Salvador)는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가난과 범죄로 시달리고 있는 이 나라의 구세주가 될지, 아니면 재앙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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