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사진)은 8일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포럼에 주제발표자로 나서 “지금껏 지배구조 중심으로 이뤄져온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환경·사회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실장은 운용자산 규모가 지난 6월 말 기준 908조30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시장에만 184조원가량을 투자하는 ‘큰손’이다.
이 실장은 이날 ‘ESG시대의 달라진 투자리스트’를 주제로 국민연금의 ESG 투자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국민연금이 ESG 투자의 ‘기준’을 개정하는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산업안전 관련 기준을 추가하고, 그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부금, 과소배당 등의 지표를 삭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 실장은 “글로벌 규제 동향과 재무성과와의 연관성, 평가의 실효성 등을 감안해 투자 기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향후 ESG 관련 13개 평가항목과 52개 세부지표를 기준으로 90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의 ESG 등급을 매긴 뒤 그 결과를 반영해 주주활동 및 투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실장은 ESG 관련 투자 확대 방침도 밝혔다. 그는 “내년부터 ESG 요인을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접목하는 ‘ESG 통합’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위탁 투자로도 확대할 것”이라며 “ESG 평가등급이 낮은 기업은 벤치마크(BM) 대비 초과 편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최신 ESG 투자 트렌드를 소개했다. 윤 센터장은 “상장주식에 머무르던 ESG 투자 범위가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탄소포집, 대체육 등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극초창기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CIO는 “당장의 ESG 등급이 어떻냐보다 향후 개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고 있다”며 “투명한 지배구조와 배당정책 수립 여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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