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주는 ‘확진자 접촉 시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체 확진자의 97%를 차지하는 델타 변이 감염자와 접촉했을 경우 접종 완료자라도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정부가 전체 확진자의 24%에 대해서만 변이 검사를 하고 있어서다. 나머지 76%는 델타 변이 감염자와 접촉해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가격리를 ‘복불복’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시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두 차례 맞고 2주간 항체 형성 기간을 거친 접종 완료자는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더라도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원칙적으론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도 바이러스 잠복기를 감안해 2주간 격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 코로나19 예방력을 갖춘 점을 인정해 일상생활을 하면서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자진 신고하는 ‘수동감시’로 대체하는 혜택을 줬다.
그러나 이런 혜택은 확진자가 변이에 감염됐을 땐 적용되지 않는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접촉한 확진자가 베타·감마·델타 등 주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즉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월 첫째주(8월 29일~9월 4일)에 발생한 국내 신규 확진자의 97%는 델타 변이 감염자였다. 부산에서 8월 30일~9월 5일 발생한 확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변이 검사에서는 187명 전원이 감마·델타 변이 감염자로 나타났다. 사실상 거의 모든 밀접 접촉자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일부 확진자에 대해서만 변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이들의 밀접 접촉자에게만 자가격리 명령을 내린다. 최근 1주일간 발생한 국내 확진자 가운데 정부가 변이 분석을 진행한 비율은 24.7%에 불과하다. 확진자 네 명 중 한 명만 변이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자가격리 지침이 다른 것도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달 말 백신 접종 완료자도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면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백신 접종 완료자의 돌파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접종 완료자도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똑같은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거주지에 따라 격리 여부가 갈린다는 뜻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제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됐기 때문에 자가격리 지침도 일정 정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에서 이 부분을 검토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050명으로, 1주일 만에 2000명대를 다시 넘어섰다. 이 중 수도권 확진자는 147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 유행이 증가하는 가운데 전국 이동량도 늘어나고 있어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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