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여야 정치인들이 출처와 작성자도 없는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펴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검증 요구를 하려면 정상적인 자료, 절차를 통해 제기하라”고 밝혔다. 국회가 현안 질의 등을 통해 출석을 요청할 경우 “얼마든지 응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검찰총장 재직 시절 측근을 통해 여권 인사에 대한 검찰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을 향해 “제가 그렇게 무섭냐. 저 하나 그런 공작으로 제거하면 그냥 정권 창출이 되냐”며 “저를 국회로 불러 달라. 당당히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선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은 손준성 검사가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에 대해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문서는 괴문서”라고 했다. 또 “한동훈 검사장 사건을 아홉 번이나 무혐의로 올렸는데 결재를 안 해 주던 검찰”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야당이 고발장을 낸다고 수사해 주겠냐”고 반문했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향해선 “폭탄을 던져 놓고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디지털 문건의 출처 작성자에 대해 정확히 대라”고 요구했다.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신속히 인정한 검찰에 대해서도 “요건에 맞지 않는 사람을 느닷없이 공익제보자 만들어 주는 기관이냐”며 “이런 사람이 공익제보자가 되면 법률 취지에 맞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당에서 진상조사특위를 만들어 의혹 규명에 나서고 있다”며 “캠프 내에서도 법조인, 언론인, 정치인을 중심으로 앞으로 이어질 정치 공작에 대응하기 위해 진상특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를 깎아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 매체가 독자 수가 많지 않은 인터넷 매체라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매체)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본질을 흐리고 소리 지르고 ‘국회에서 부르라’며 정치 공세와 다름없는 억지 주장만 했다”고 혹평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기억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제보자에게 고발장을 대검찰청 민원실에 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손 검사는 앞서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한 상태다.
김 의원은 제보자에 대해선 “공익신고자 신분이기 때문에 더 말씀드릴 순 없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4월 총선 기간 최강욱 열린민주당 후보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 후보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A4 한 장 정도로 메모를 작성해 당 법률지원단 쪽에 넘겨준 게 전부”라며 “현재 보도된 고발장은 저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공을 검찰로 넘겼다. 그는 “제보자의 휴대폰과 손 검사의 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하루빨리 진위를 밝혀 달라”며 “윤 전 총장 측도 보도된 자료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상황에서 제가 어떠한 증거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단순한 기억력에 의존한 추측성 발언을 한다면 더 큰 혼란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캠프 대변인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맹탕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락가락 해명에 이어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남은 무책임한 기자회견”이라며 “과연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의 자세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법꾸라지’라는 단어가 생각난다”고 했다.
결국 의혹의 진위는 검찰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대검에 의한 합동감찰에 이어 미진할 경우 수사 전환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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