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 없다"…'코로나 청구서' 들이 민 英 정부

입력 2021-09-08 03:15   수정 2021-09-08 06:04

‘너무 퍼줬나?’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코로나 청구서’가 속속 도착하는 모습이다. 영국 정부가 수십년 만에 최대 폭의 증세를 단행하기로 했다. 세수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7일(현지시간) 새 보건 및 사회복지세 도입을 골자로 한 세제 개혁안을 발표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영국 내에서 개인 및 법인이 올린 소득에 대해 1.25%의 새로운 보건·사회복지세를 신설하고, 같은 비율만큼 배당소득세를 높이는 게 골자다. 존슨 총리는 신설 세금을 우선 국민보험료에 붙여 청구하되, 2023년부터는 별도 조세 항목으로 만들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민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됐던 고령 근로자들도 신설된 보건 및 사회복지세는 납부해야 한다.

이번 세금 인상으로 향후 3년간 360억파운드(496억달러)의 새로운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존슨 총리의 설명이다. 다만 이 증세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의회 승인(법안 통과)을 얻어야 한다.

존슨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일각에선 왜 소득세나 자본이득세를 올리지 않느냐고 묻는데, 이걸 올리면 모든 증세 부담이 개인들한테만 전가될 것”이라며 “또 자본이득세 인상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세안은 개인과 기업이 똑같이 비용을 분담하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정부들은 수십년간 (세금 인상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회피해왔다”며 “필요 자금을 확보하지 않고선 코로나 사태에 따른 후유증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 빚을 내 비용을 대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증세 결정으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의료 과부하’ 현상을 완화시킬 것이란 게 영국 정부의 기대다. 추가로 확보한 세수를 의료 시스템에 집중 투입해 환자 수용 능력을 지금보다 10% 늘리는 한편 진료·검사·수술을 900만 건 소화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향후 6개월간 54억파운드를 집중 투입하는 것도 이번 세제 개혁안의 일부다. 지난달 내부 조사 결과 영국 내 120만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심장 수술을 포함한 중요한 수술을 받기 위해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존슨 총리와 영국 정부는 증세 발표 직후부터 대중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집권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존슨 총리가 “세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는데, 이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소득세, 부가세, 보험료 등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야당인 노동당에선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됐다”며 증세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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