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우유는 안 먹어도 '주식'은 산다고?

입력 2021-09-08 09:34   수정 2021-09-08 09:36



남양유업이 매각 불발과 함께 주가가 급락했다. 80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4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매각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남양유업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8일 오전 9시25분 현재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보다 1500원(0.31%) 내린 47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지난 7월1일 연중 최고가(장중 81만3000원)를 경신한지 두 달 만에 40%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석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홍 전 회장과 매수인인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코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홍 전 회장이 애초 매각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약 3100억원에 그친 매각가격을 비롯한 계약 조건에 대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 매각 무산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매각 분쟁은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올 초 28만2000원(1월4일 종가)이었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불가리스 사태'와 '홍원식 회장 사퇴' 등의 난관을 넘어 최대주주 지분 매각 발표(5월27일) 이후에서야 급등했다.

지난 5월27일 종가 기준 43만9000원이던 주가는 다음날 57만원, 이튿날엔 70만원까지 뛰었다. 7월1일 장중에는 81만3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면서 오너리스크 해소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홍 회장이 7월30일 남양유업 매각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할 때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그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임시주총을 한앤코와의 거래 종결 기한인 8월31일을 훌쩍 넘긴 9월 4일로 6주나 미뤘다.

또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하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시장에선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쫓기듯이 진행된 탓에 약 3100억원이라는 매각가가 홍 회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까지 할 정도로 불매운동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 '남양유업 다시 불매운동하자' 등 홍 전 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일각에선 오너리스크로 인한 주가 하락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역발상 투자론도 나온다. 앞서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한앤코에 매각한다고 밝힌 직후 주가가 급등한 것을 두고 현재 저가매수의 기회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실제로 홍 전 회장이 계약 무효를 선언한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개인들은 9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하루도 빠짐 없이 5거래일 연속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8억원, 58억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오너 자신은 물론이고 애꿎은 소액주주들까지 피해를 짊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도 "남양유업의 경우 과거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러니하게도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으며,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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