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혁신 DNA 이식한 '쿠데타'…포드, 애플카 핵심 임원 영입

입력 2021-09-08 10:34   수정 2021-09-30 12:08



3년 전 테슬라에서 애플로 자리를 옮긴 뒤 애플카 프로젝트 운영을 맡았던 더그 필드 부사장이 포드로 또다시 자리를 옮겼다. 애플카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도 몰랐던 '깜짝 이직'이다. 현지 언론들은 전통차 시장에 매진하던 포드가 혁신 DNA를 이식하기 위한 '쿠데타'를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포드는 더그 필드 애플 부사장을 최고첨단기술·임베디드시스템책임자로 영입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테슬라에서 근무하던 필드 부사장은 2018년 2월 애플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특별프로젝트그룹에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포드 엔지니어로 자동차 분야 경력을 시작한 필드는 세그웨이 등을 거쳐 테슬라 자동차 부분 부사장을 지냈다.

애플카 직원조차 포드 발표 직후 그의 이직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깜짝 영입이었다. 애플카 핵심 임원인 그가 3년 만에 포드로 자리를 옮기자 애플의 자동차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애플의 야심찬 계획에 큰 타격"이라며 "포드가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했다.

필드는 테슬라에서 베스트셀러인 모델3 출시를 이끌었다. 마이크 램지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포드는 어떻게 IT 기업으로 변신할 지 통찰력을 얻는데 관심이 클 것"이라고 했다. 포드로 자리를 옮긴 필드가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이식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필드 영입으로 전통차 시장에 집중하던 포드가 혁신 기업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는 휴대전화처럼 자동차를 업데이트 하는 기능으로 수익을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 픽업 트럭인 F150 모델에 유료 자율 주행 시스템 기능 등을 도입했다.

제임스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포드가 큰 분수령을 맞았다"며 "휴대전화로 통화 대신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처럼 소비자들이 자동차에도 많은 기능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필드는 1987~1993년 포드에서 근무했다. 18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간 그는 "아버지 농장에 있는 F150를 발견하고 결혼식에서 65컨티낸탈을 탔을 때 전율을 느꼈다"며 "포드의 다음 100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애플카는 또다시 핵심 인력 유출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애플은 2014년 자동차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시작했다. 필드는 애플의 자동차 프로젝트팀을 떠난 네 번째 책임자다.

애플카 프로젝트 초기 멤버 중 한명인 벤자민 라이온은 20년 넘게 애플에 근무한 경력을 뒤로 하고 올해 2월 인공위성 스타트업인 아스트라로 이직했다. 타이탄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이끌던 엔지니어 제이미 웨이도는 자율주행 전용 도로 등을 구축하는 스타트업 캐브뉴로 자리를 옮겼다.

타이탄의 로봇기술 팀장을 맡았던 데이브 스콧도 올해 5월 의료기기 회사 하이퍼파인으로 이동했다. 이번에 이직한 필드는 이들 모두로부터 보고를 받던 애플카 운영책임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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