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만 하는 자산 없다…내주 美 물가가 증시 좌우"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1-09-09 06:10   수정 2021-09-09 06:35

미국 뉴욕증시는 8일(현지시간) 전반적으로 하락했습니다. 다우와 S&P500, 나스닥지수가 일제히 0.13~0.57% 밀렸습니다.

미 경제에 대한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이날 베이지북에서 경기 위축 가능성을 경고했고,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주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는 “미 경제의 성장 전망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
▶오늘 미 증시는 하락 마감했는데요, 최근 월가에서 ‘뉴욕 증시 가을 하락론'이 언급되면서 미국 주식보다 유럽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얘기가 들리거든요. 실제로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최근 월가에서 뉴욕증시에 대한 경계 발언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너무 많이 뛰었기 때문입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은 작년 팬데믹 직후부터 연말까지 두 배 가까이 상승했고, 올 들어서도 20% 넘게 올랐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5% 넘게 조정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일직선으로 오르기만 하는 자산이 없는 만큼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얘기가 나오는 요즘에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보고서에서 “증시 활황이 경제나 기업의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닌데, 수많은 위험 요인이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다음달 말까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유럽과 일본 주식을 더 매수하라고 추천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4500 선인 S&P500지수가 올해 말에는 4000으로 10% 넘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입니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경제 재개 속도를 더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입니다. 이 와중에 Fed가 채권 매입액 축소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 시장 유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9월은 뉴욕증시의 비수기로 꼽힙니다. 경험적으로 주가가 오르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 및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견제를 목적으로 한 ‘플랫폼 반독점’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작지 않은 부담입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보다 유럽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유럽 경제 회복세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럽 주가가 현재 수준 대비 30% 이상 뛸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판단입니다.

8월 한달간의 각국별 주요 지수 상승률을 보면, 한국의 코스피는 1.82% 떨어졌지만 S&P500지수는 3.03%, 유로스톡스50지수는 3.05% 각각 올랐습니다. 백신 접종률의 차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학개미 입장에서 캐시 우드 발언에 예민한 편입니다만 월가에선 우드의 행보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거든요?

펀드 매니저는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데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펀드의 최근 성적이 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대표 펀드인 아크이노베이션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2.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의 나스닥지수 상승률이 18%에 달했는데,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조한 겁니다.

펀드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격 의료회사 텔라독 주가는 올 들어서만 25% 급락했습니다. 우드는 대형 우량주보다 핀테크와 우주항공, 로봇 등 혁신 분야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우드 CEO의 투자 스타일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산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CNN은 “우드의 대표 펀드 자산이 로쿠나 코인베이스 등 10개 종목에 절반 이상 쏠려있다”며 “집중적인 투자 전략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일각에선 우드 한 사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운영 구조가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우드 CEO가 관리하는 자산이 850억달러(한화 약 100조원)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몸집이 무거워진 만큼 사고 팔기가 쉽지 않고,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우드가 성공의 덫에 걸렸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아크이노베이션펀드 하락에 대규모 베팅을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끝으로 투자자들이 알아둘 주요 일정과 이벤트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당분간 델타 변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주 초에 노동절 연휴가 끼어 있었던 터라, 상당수 미국인이 이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신규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학생들이 이번주부터 새 학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개시하는 이달 하순까지는 코로나 사태 추이와 이에 따른 경제활동 제한 조치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 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정책 회의를 갖습니다. 내년 3월까지로 예정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속도 조절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앞서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는 10년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ECB 위원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도 잇따랐습니다. ECB가 조기 긴축으로 방향을 틀면, 이달 21~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다음주엔 Fed 위원들이 발언을 자제하게 됩니다. FOMC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위원들의 입이 아니라 경제 지표를 보고 테이퍼링 등 긴축에 대한 힌트를 얻어야 합니다.

마침 다음주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나옵니다. 8월 기준인데, 전달엔 5.4%(작년 동기 대비) 급등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추세를 이어갔을지가 중요합니다.

미국 내 고용 회복세가 더뎌지긴 했지만 소비자물가가 많이 뛰었다면 긴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 필라델피아연은지수 등 현재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제조업 지표가 나옵니다.

2분기 실적 발표 기업 중에 주목할 만한 곳은 13일의 오라클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신문 조재길이었습니다.

<다음주 주요 경제·실적 발표 일정>

13월(월) 기업 실적 : 오라클

14일(화) 소비자물가지수(8월, 전달엔 0.5%) / 근원 CPI(8월, 전달엔 0.3%) / 기업 실적 : 허먼밀러

15일(수)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9월, 전달엔 183%) / 산업생산(8월, 전달엔 0.9%) / 수입물가지수(8월, 전달엔 0.3%)

16일(목) 소매판매(8월, 전달엔 -1.1%) /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제조업지수(9월, 전달엔 19.4%) /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17일(금)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9월, 전달엔 70.3) / 기업 실적 : 프로그레시브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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