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은 줄곧 강세를 유지하다보니 갭투자 환경은 수월해졌다.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더라도 갭투자다보니 직접 들어가 살 수는 없다. 여전히 남의 집에 살면서 자금부족으로 내 집에는 못 들어가는 '눈물의 갭투자'인 셈이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더 적은 자금으로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다. 갭투자를 하기 유리해진다는 의미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사는 서울 외곽지역의 구축이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마곡한숲대림 전용 84㎡는 지난 8월 초 5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에 이 집이 팔린 가격(7억3500만원)과 비교하면 매매가와 전세가격 사이의 격차는 1억65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 7월 노원구 중계동에서 7억6000만원에 중계현대2차 전용 84m² 아파트를 산 집주인도 비슷한 경우다. 매매와 거의 동시에 6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받았다. 실투자금은 1억1000만원 밖에 들지 않은 셈이다.
대출이 아예 막힌 은행도 있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며 NH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규취급을 중단하고, 우리은행도 한시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집값이 오르고 전세가격도 급등하면서 무주택자들의 공포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무주택자의 갭투자 증가는 거주 불안에 대한 심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에 주택담보대출의 대출한도 집값의 40% 이하로 줄었지만, 전셋값 고공행진에 아파트값 전세가율은 대략 67%(한국부동산원·8월 기준)에 달한다.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사려면 집값의 60% 이상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갭투자로 집을 사면 30% 정도만 자금을 마련해도 된다.
무주택자들은 주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갭투자하는 다주택자와 달리 나중에 실거주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산 30대 박모씨는 집을 산 탓에 전세 보증금도 부족해 몇 년간은 월세살이를 해야하지만 불안감을 덜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집값이 더 오르면 앞으로 다신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불안했다”며 “당장 현금은 부족하고 대출도 막혔지만 일단 빨리 구축 작은 아파트이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갭투자라도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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