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푹 빠진 한국 게임 뭐길래…출시 4일 만에 1위 등극

입력 2021-09-09 11:18   수정 2021-09-09 11:23


국내 게임업체 데브시스터즈가 만든 전략수행게임(RPG) '쿠키런:킹덤'의 일본 내 반응이 심상치 않다. 출시 4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 순위 1위에 등극했다. 일본인 성우를 기용하고 오프라인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등 현지화 전략이 먹혀들었다.
일본인 성우 목소리 참여 등 현지화 주력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가 최근 일본에 선보인 '쿠키런'은 일본 애플 앱스토어 인기 게임 순위 1위에 올랐다. 회사 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매출 순위도 143위에 진입한 이후 107위에 이름을 올리며 서서히 상승하는 추세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앱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국가라 쿠키런이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키런'은 올해 1월 국내에 출시돼 같은달 23일 애플 앱스토어 매출 기준 1위, 4월13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기준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쿠키런'의 일본 진출이 초반부터 흥행몰이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콘텐츠 현지화와 온·오프라인 마케팅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캠페인 초반에 공개한 광고 영상과 성우 관련 콘텐츠가 쿠키 캐릭터와 게임의 관심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나루토 역을 맡은 타케우치 준코,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의 주연을 소화한 후쿠야마 준이 성우로 참여했다. 일본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최초 공개된 TV 광고에는 일본 배우 이케다 엘라이자가 등장했다.

오프라인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데브시스터즈는 도쿄 최고 번화가인 시부야 등에 거대 전광판 광고와 주요 17개 지하철역에 옥외 광고를 설치하고 지하철과 버스 내 영상 광고도 병행했다. 도쿄 시내를 오가는 래핑트럭도 운영해 유동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 홍보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웹툰 플랫폼 '간마!'에 '쿠키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웹툰 연재, TV 애니메이션 채널을 위한 콘텐츠 제작, 소셜 채널 유튜브·틱톡 등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바이럴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쿠키런'이 인기를 끌자 같은 IP 기반의 런게임 '쿠키런:오븐브레이크' 순위도 10위까지 동반 상승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현지화를 확대하고 전방위적 홍보 활동을 전개하면서 게임에 새롭게 유입된 이용자, 일일 이용자 수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키런:킹덤'으로 적자 기업서 탈피
'쿠키런:킹덤'은 데브시스터즈에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게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자의 늪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2013년 러닝 액션 모바일게임 '쿠키런'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사이 2015년 매출 195억원,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


반전은 올 초 국내에서 '쿠키런:킹덤'이 흥행에 성공하며 시작됐다. 6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데브시스터즈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9.80% 증가한 957억7100만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97억4200만원, 당기 순이익은 159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부터 '퍼즐월드', '킹덤'까지 쿠키런 IP가 가진 잠재력을 믿고 6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였다.

업계는 '쿠키런:킹덤'의 이용자 10명 중 6명이 여성 이용자라는 점과 영미권 전래동화인 '진저브레드맨'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게임 방식에 거부감이 없고 캐릭터 역시 친숙해 해외 진출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키런:킹덤'은 여성 이용자가 57.4%로 남성 이용자(42.6%)보다 많다. 특히 20대 여성이 27.7%, 10대 여성이 10.9%로 뒤를 이었다. 대형 게임사도 공략하기 어려운 20세 이하 여성을 유입시킨 게 고무적으로 읽힌다.
일본 시작으로 미국 유럽 시장도 본격 공략
데브시스터즈는 일본 시장에서 흥행 물꼬를 튼 만큼 미국, 유럽 시장도 본격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다음달 미국에서 '쿠키런:킹덤'에 현지 성우와 글로벌 콘텐츠를 추가하고 마케팅 강화에 나선다. 하반기 들어 이미 미국 시장에서도 순위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쿠키런'은 미국 애플 앱스토어 게임 인기 순위 40위와 매출 순위 59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에는 모바일 게임 전문 매체인 포켓게이머가 선정한 '2021년 모바일 게임 톱 25'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진출을 위해 컴투스와 전략적 제휴 계약도 체결했다. '서머너즈 워'로 유럽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컴투스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유럽 24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양사는 내년 초까지 콘텐츠 현지화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데브시스터즈가 올해 흑자 전환을 넘어 사상 최대 영업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강석오 흥국생명 연구원은 "현재 쿠키런은 국가별 대규모 업데이트와 마케팅을 통해 일매출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쿠키런:킹덤'의 흥행으로 흑자 전환하는 첫 해에 사상 최대 영업익은 물론이고 2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키런 만의 키치적인(장난꾸러기 같은) 캐릭터 디자인은 여타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독창성을 보여준다. 꾸준하게 서사와 맵을 개발해 업데이트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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