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국민연금 재정이 곧 적자로 전환되며,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면서 A씨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 "나는 과연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일단 1990년생이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2055년 무렵 국민연금기금의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맞다.
올해 국민연금 수입과 지출의 차액인 재정수지는 39조7182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적립금이 40조원 가까이 쌓인다는 의미다. 내년엔 41조952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2023년 부터는 30조원대로 다시 떨어진다. 재정수지는 이후 빠른 속도로 악화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사회보장정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40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2039년까지는 가입자의 보험료 납입액 등 수입이 연금 지급액 등 지출보다 많아 흑자가 이어지지만 2040년엔 16조1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후 매년 적자 폭은 커진다. 2054년이 되면 적자 규모는 163조9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올해 2분기 기준 900조원이 넘게 쌓여있고, 향후 100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4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됐다.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2055년을 1년 앞두고 적립금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예상한 추계보다 더 부정적으로 전망된 것이지만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끝내 고갈될 것이라는 데에는 정부도 이견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의 적자 전환 시기를 2042년으로 예상했다. 기금 고갈은 2057년으로 봤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9월 장기재정전망에서 2041년부터 국민연금의 적자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1990년생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계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5년마다 연금재정 추계를 해서 재정전망을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연금 제도를 손질해야한다. 연금 재정이 파탄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 9%인 연금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소득 대체율을 줄여 지급액을 낮추는 등의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지급 연령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1990년생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느냐에 대한 답은 이렇다.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은 못받는다'. 정확히는 더 내고 덜 받게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국민연금 고갈이 예측된 상황에서도 정부가 연금 개혁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약 30년 후 적립금 고갈이 예측된 만큼 당장이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야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5년간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취임 전 국민연금의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연금 전문가인 박능후 경기대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정부의 단일 개혁안 조차 만들지 못했다. 연금보험료율을 9%에서 12~13%로 높이거나,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만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방안 등 4가지 개혁안을 난잡하게 제시한 후 국회로 공을 넘긴 상태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완전히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이해는 된다. 돈을 더 내도록하고 덜 받게 만드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추진한 뒤 정권교체를 겪었다. 막강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추진하다가 국민 반발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개혁이 늦어질수록 부담은 미래세대에게 전가된다. 지금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높이지 않는다면 1990년대생들은 십수년 후에 12%가 아닌 20%가 넘는 보험료율을 적용받아 은퇴자들을 부양해야할 수 있다. 사실 전문가들은 지금도 보험료율을 16~18%까지 올려야 재정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수급 개시 연령을 2살 늦추는 것을 머뭇거리다가 나중엔 70세가 넘어서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2000년대생, 2010년대생 등은 이보다도 가혹한 국민연금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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