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인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사진)과 9일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남들이 ‘그런 건 중소기업이 할 일이 아니다’고 하는 사업에 과감히 뛰어든 것이 오늘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상고·야간대학(경영학과) 졸업, 은행원, 공인회계사를 거쳐 세계적 소재 기업의 창업자가 된 이 회장의 도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는 1990년대 회계사로 성공해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을 모았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기업인이 되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 지인이 하던 모피사업에 재산 대부분을 투자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실패했다.
두 번째 도전에 나서게 만든 것은 잡지에 나온 제목 한 줄이었다. 1997년이었다. ‘교토의정서 체결’ 기사와 ‘온실가스 감축’이란 단어에 꽂혔다. 직관이 발동했다.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사무실을 차렸다. 무작정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찾아가 동료를 규합했다. 연구원들을 설득해 소재사업을 시작했다. 실패는 이어졌다. 수십억원짜리 설비를 제품 생산조차 못 해보고 날린 일도 있었다.
2006년 기회가 찾아왔다. 협업하던 제일모직의 임원이 “양극재 개발 일체를 맡아볼 생각은 없느냐”고 제안했다. 당시 양극재는 노트북, 공구 등 배터리 수요가 한정적이라 성장성이 높지 않았다. 전기차 시장은 먼 미래 이야기였다. 제일모직이 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다. 이 회장은 고민했다. 그리고 결단했다. “어차피 남들 하는 것을 따라 해봤자 돈이 안 된다. 하지 않는 것을 해보자.” 양극재는 2차전지 내 에너지를 저장·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없어서 못 파는 소재가 됐다. SK이노베이션에 공급하기로 한 그 제품이다.
성공의 이면에는 끈기도 있었다. 양극재는 2004년 시작했지만 10년간 적자였다.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버텼다. 이 집념이 2차전지 소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수주로 이어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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