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치료제란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다량으로 배양해 만든 항암제다.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를 추적하는 항체를 붙인 키메릭 항원 T세포(CAR-T)가 2017년 처음 상용화됐다. T세포는 다른 사람의 것을 넣으면 거부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것을 추출해 배양한다. 맞춤형 치료인 만큼 제조에만 3억~5억원이 든다. 또 다른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는 T세포에 비해 다른 사람의 것을 넣어도 거부반응이 적다. 다른 사람의 NK세포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신약 벤처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NK세포치료제 효능은 CAR-T에 못 미쳤다. 나은 줄 알았던 암이 재발하기도 했다. 미국 바이오기업들이 줄줄이 임상에서 쓴맛을 본 이유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국내 바이오기업 엔케이맥스다. 임상에서 완전관해(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상태)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엔케이맥스는 지난달 30일 자사의 NK세포치료제 ‘SNK01’과 머크·화이자의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를 병용 투여한 미국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기존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육종암 환자 13명이 대상이었다. 이들 중 8명이 치료 효과를 봤다. 한 명은 완전관해됐다. 박 대표는 “자세한 결과는 내년 초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임상 설계상 SNK01 없이 바벤시오만 투여했을 때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바벤시오만 투여했을 때와 SNK01을 함께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가 어떻게 다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SNK01은 암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NK세포를 배양해 환자 맞춤형으로 만든 자가 NK세포치료제다. 해외에선 건강한 사람의 NK세포를 대량 배양해뒀다가 환자에게 투여하는 동종 NK세포치료제 개발이 대세다. 하지만 자가 치료제의 장점도 있다. 거부반응이 없어 여러 번 반복 투여할 수 있다. 1주일 간격으로 환자에게 최소 6회에서 20회 이상 투여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환자 몸 속의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여러 차례 투여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단 CAR-T처럼 환자별로 맞춤형 생산을 해 치료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은 단점이다.
엔케이맥스는 동종 NK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보완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번만 투여하는 다른 동종 NK세포치료제와 달리 여러 번 투여하는 방식으로 개발한다. 다만 다회 투여 시 이식편대증후군(GvHD) 등 부작용을 넘어야 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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