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의도된 적자’로 무한 성장을 꾀하는 쿠팡식 사업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주장과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발생한 일시적 수급 불안이라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범석 쿠팡Inc 대표가 전담하고 있는 해외 사업에서 얼마나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쿠팡Inc는 대만에서 대형 물류센터를 연결한 ‘로켓배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주식은 한 달 가까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주가는 31.35달러로 마감됐다. 지난달 말 30달러마저 깨졌던 주가는 전일 9.78% 오르며 3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공모가(35달러)에는 못 미치고 있다. 상장 초기이던 3월 한때 100조원을 넘나들었던 시가총액은 63조원 규모로 줄었다.
주가 하락의 원인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회사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며 “주가 조정은 일시적인 수급 불안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이 금지돼 있던 보호예수(록업) 물량이 시장에 풀린 건 지난달 13일부터다. 쿠팡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월가에서도 쿠팡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쿠팡 목표가를 각각 55달러, 61달러로 제시했다.
1년 이내 중기 관점에선 의견이 팽팽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당시 높은 밸류에이션과 쿠팡의 더딘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이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주가의 1차 가늠자는 해외 사업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는 해외 사업에 전념하겠다며 올 5월 한국 법인 내 모든 직위를 내려놨다. 미국에 체류하며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또 한번의 성공 신화를 쓰기 위해 분투 중이다.
쿠팡 사정에 밝은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눈여겨봐야 할 곳은 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은 대만과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활용한 도심 내 퀵커머스를 테스트하고 있다”며 “대만 소비자들의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으며 한국과 같은 로켓배송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유력 매체도 9일 쿠팡 대만 법인이 이달 수도인 타이베이에 두 번째 물류 거점을 마련하고 배달 서비스 지역을 중산구에서 신이구·다안구·쑹산구로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e커머스 시장은 피시홈(대만)과 쇼피(싱가포르)가 과점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진출했으나 존재감이 미미하고, 아마존은 아직 대만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쿠팡은 일본에서도 도쿄에 두 번째 퀵커머스용 거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시점이 장기 주가 곡선에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존은 창업 13년 만인 2002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당시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24% 뛰었다. 쿠팡은 올해로 창업 11년차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억2773만달러로 2018년 10억달러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또 하나 지켜봐야 할 요소는 이익의 질(質)이다. 쿠팡이 기존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흑자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처럼 플라이휠의 회전 반경을 키워 새로운 사업에 계속 도전하면서 흑자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5.33%를 기록하기까지 5%를 넘어본 적이 거의 없다. 2009년 4.6%, 2010년 4.1%, 2011년엔 1.8%에 불과했다. 아마존은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버는 족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올초 상장 보고서를 제출하며 쿠팡을 ‘백년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아마존이 진출하지 못한 아시아 등 밀집형 도심에서 쿠팡만의 플라이휠로 아마존의 아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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