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로비 연루…박영수 前 특검 등 7명 檢 송치

입력 2021-09-09 18:03   수정 2021-09-09 23:49

‘가짜 수산업자’ 로비 사건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법조계·언론계 유력인사 7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43)와 박 전 특검, 이모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언론인 4명 등 7명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발표했다. 경찰은 함께 입건된 전 포항남부서장 배모 총경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입건 전 조사를 진행했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입건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 중인 김씨로부터 각계 인사들이 수산물, 명품, 고급 자동차 등을 제공받아 논란이 됐다. 이른바 ‘수산업자의 선물리스트’에는 박 전 특검뿐만 아니라 유력 대선후보 대변인이었던 전 일간지 논설위원, 현직 부장검사와 경찰서장, 방송국 앵커, 야권 정치인 등이 포함돼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박 전 특검은 고가 차량을 무상 대여받아 렌트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그는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어서 부정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과 차량 출입기록 등을 토대로 그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 전 특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리와 사실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외면한 경찰의 사건 처리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에 대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자녀학원비, 명품지갑, 수산물 등을 받고 수입차를 무상렌트한 서울남부지검 이 부장검사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고가 골프채’ 수수 혐의를 받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언론인 4명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전 포항남부서장인 배 총경도 수산물, 명품 벨트 등을 수수한 의혹을 받았지만, 송치를 피했다. 경찰은 배 총경이 받은 금품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적용 기준에 못 미친다고 봤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수수한 금품의 가액이 1회 100만원 또는 1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배 총경이 포항에 사업 기반을 둔 김씨에게서 일정 금품을 받은 만큼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과태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주 의원 역시 수수한 금품가액이 부정청탁금지법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주 의원은 김씨에게서 대게, 한우 세트 등을 받고 자신과 친분 있는 스님에게도 수산물을 보내게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차량 무상대여 의혹을 받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현 국민의힘)에 대한 입건 전 조사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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