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의 부처 내 ‘대선공약 발굴 지시’ 논란은 헌법 제7조를 다시 주목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부적절하다”며 서둘러 진화한 것이나, 바로 뒤이어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전 부처에 공개 경고를 한 데도 이유가 있다. 선거철에 공무원이 특정 정파에 경도돼 참모라도 되는 양 공약까지 만들어 주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은 국가근본 파괴 행위다.
이번에 산업부에서 차관이 ‘대선공약으로 괜찮은 아젠다를 내라’며 요란하게 회의까지 열어 문제가 커졌지만, 솔직히 이런 논란과 의혹이 처음도 아니다. 선거 때면 짙어지는 공직의 이런 적폐가 산업부만의 스캔들로 보기도 어렵다. 때로는 개인 출세욕에서, 때로는 특정 관료그룹의 조직 이기주의에서, 때로는 부처 차원의 생존을 위해 시도되는 선거철 야합이 산업부에서 불거졌을 뿐이다. “다른 부처에도 같은 일이 있는지 파악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당연한 것이다. 관건은 그런 조사를 다른 국가기관에까지 충실히 하고, 상응 조치까지 제대로 할 것이냐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별정·비시험직), 늘공(늘 공무원, 정규·시험공채직) 하며 자리다툼이나 할 게 아니라 늘공들부터 헌법 7조를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공직 입문 때 초심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장·단점은 있지만, 장관이 수시로 바뀌어도 공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본식 직업공무원제도 다시 살펴볼 만하다.
공무원들 스스로 중심잡기가 중요하지만, 공직사회를 식민지쯤으로 여기는 정치권에도 큰 문제가 있다. 보직과 승진, 선거 공천 등을 미끼로 공무원들 줄 세우기를 일삼으며 중립성을 흔드는 것은 국회와 정당이다. 냉철한 심판이 돼야 할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같은 국가기관도 경고장을 받은 산업부 차관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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